재현이는 지난 일요일 하루종일 화가났다. 아침식사시간에 누나와 다퉜는데 아버지가 누나편을 들어주신 것이다. 화가난 재현이는 밥그릇을 팽개치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궈버렸다. 저녁이 되자 엄마가 방문을 두드렸다. 방에 들어온 엄마는 재현이에게 화가 많이 났었느냐며 함께 거실로 나가자고 했지만 재현이는 거절했다. 엄마가 두세차례 재현이 방을 들어온 후에야 재현이는 자신이 팽개쳐둔 밥그릇을 엄마가 도와주면 치우겠다며 자신의 행동을 사과하고 거실로 나왔다.
신무섭(52·전북대행정학과교수) 최송림씨(46·상아유치원원장)부부는 아이들의 자존감을 키워주는데 자녀교육의 중점을 둔다. 상민이(전주중앙여고3)와 재현(신성초6)·인영이(신성초6) 세남매가 자신을 사랑하고 소중히 여길줄 아는 사람으로 자라주기를 바란다. 자신을 소중히 여길줄 아는 사람이 이웃도 소중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큰딸 상민이가 초등학교시절, 최씨가 재현이와 인영이를 낳고 오랜만에 병원에서 집으로 돌아오자 상민이가 적대감을 보였다. 최씨는 상민이를 꼭 껴안으며 엄마가 상민이를 얼마나 사랑하며 소중하게 생각하는지를 설명했다.
상민이네 집에서는 큰소리가 나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화를 내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부모가 자녀에게 화를 내는 것은 대부분 부모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보는 이들부부는 따라서 성숙하지 못한 부모때문에 아이들이 함부로 다뤄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아이들 스스로 자신이 사랑받을 가치가 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말과 행동에 각별히 주의한다. 아이들을 비판하거나 화를 내기보다는 ‘기분이 상했니’ ‘왜 그랬니’ ‘속상했지’ 등의 말로 대화를 풀어간다.
아이들 스스로 자신의 욕구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기 위해서도 노력한다. 자신의 욕구와 이를 충족시키는 시간을 지연시켜 참을성을 길러주고 이 과정을 통해 책임감과 능력감을 쌓을수 있도록 도와준다.
식사시간에는 자신이 먹을만큼 음식을 직접 덜도록한다. 하찮은 일 같지만 자신이 선택한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도록 하는 능력을 키워주기 위해서란다. 작은 규칙이라도 정해서 이를 지키는 것을 통해 성취감을 느낄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전략도 있다.
서로를 존중하는 것도 이들 가정의 규칙이다. 어른에게 존댓말을 쓰는 것은 기본이며, 아이들은 부모의 의견에 귀기울이고 또한 이들 부부 역시 아이들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한다.
비오는 날 관공서에서 우산을 빌려 사용하고 교육부에 교육현장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민원을 보낼 줄도 알며, 문제집의 잘못된 부분을 지적해 출판사에 편지를 보내는 등 세남매가 모두 적극적이고 자율성이 강한 사람으로 자라고 있다고 소개하는 최씨는 아이는 키우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사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또 요즘 부모들은 아이의 특성이나 발달단계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유행처럼 자녀교육을 시키고 있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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