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과 정보통신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인들 조차도 우리나라의 인터넷 열풍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몇일 전 미국의 모 신문에서는 한국의 인터넷 사용에 대한 기사를 일면에 다룬바 있다. 한국의 젊은이들이 "pc방"이라는 곳에서 밤을 세우며 게임에 열중하는 일이 많다는 내용이었다. 이들 젊은이들이 비단 게임에만 관심을 갖지는 않을 것이며 미래에는 한국 정보산업의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내용도 있었다.
이처럼 미국인들이 부러워 할만큼 우리나라의 인터넷 열풍은 대단해서 현재 인터넷 이용자 수는 1000만명을 넘어섰다. 이러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인터넷 산업 또한 활발하다. 문제는 미국이나 중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시장 규모가 매우 작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대표적인 인터넷 기업인 AOL의 가입자수는 1900만명이 넘지만, 한국의 경우 대형 인터넷 서비스업체의 가입자수는 다 합쳐봐도 약 1000만명 정도다. 인터넷 쇼핑몰이나 기업간 전자상거래 시장 역시도 아직은 작다. 하지만 인구수와 비교한 인터넷과 정보통신 사용율은 지구촌 어느 나라 못지 않게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인터넷 뿐만이 아니다. 일반 전화 가입율은 100명 당 42명에 이르고 인구대비 핸드폰 보급율 또한 세계 5위의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미 우리나라는 정보 대국이라 해도 큰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이렇게 통신 사용이 늘어남에 따라 이에 따른 지출 또한 가계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앞으로도 통신비는 정보화 사회의 도래로 계속 증가 추세에 있으며 휴대폰이나 인터넷의 사용이 개인별 필수품이 되는 가까운 미래에는 가족 수에 따라서도 많은 차이를 보일 것이다.
1857년 독일의 통계학자 엥겔은 가계지출 중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가지고 생활 수준을 재는 척도로 이용할 수 있다는 학설을 제시했다. 이것이 엥겔 법칙이며 이 지표를 엥겔계수라고 부른다. 이 법칙에 따르면 가계지출 총액 중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저소득층일수록 높고, 고소득 가계일수록 낮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식료품은 생활필수품이어서 소득이 많든 적든 반드시 일정량을 소비하게 되어있어 20세기 초까지는 엥겔지수가 생활의 정도를 측정하는데 매우 적절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먹을것이 풍요로워진 선진국의 경우 식료품비로 생활 수준을 가늠한다는 것은 무리가 아닌가 싶다. 정보화 시대가 시작되면서 누가 정보를 더 많이 공유하고 이용하느냐에 따라 빈부의 격차가 심해지고 있는 요즈음 가계비 중 정보비, 즉 통신비가 차지하는 정도에 따라 생활수준을 판단하는 것이 더 타당하지 않을까 싶다. 즉, 생활의 정도를 판단하는데 있어 엥겔계수 대신 이제는 정보통신계수가 이용되어야만 할 것이다. 이런면에서 본다면 우리나라의 생활 수준은 초일류 국가에 해당되지 않을까 ?
/한병성(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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