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영화 보고 싶다’ 단연 전주국제영화제의 스타(?)인 변영주감독(34)은 이렇게 외친다. 영화제의 메인무대에서 매일 열리는 관객과의 대화 진행자로 발을 단단히 묶인 탓이다. 그렇다면 정말 변감독이 영화를 못보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그는 하루 세편의 영화를 꼬박꼬박 보고 다닌다. 그것도 발품 팔아 직접 티켓팅을 하고 시간 재어가며 상영관으로 달려간다. 하루에 2-3회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하는 일이 볼영화가 너무 많은 변감독에게는 고역이지만 의식있고 감각있고 입담좋은 그를 무대에서 만나는 관객들은 즐겁다.
메인무대 진행하랴 영화보랴, 외국 게스트들이며 서울에서 내려온 영화 친구들 만나 술 마시랴 지칠법도 하지만 그는 한결같이 씩씩하고 열정적이다. 메인무대 진행을 떠안게 된 것을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으면서도 “이 기회 아니면 내가 어떻게 로저코먼 감독같은 대선배와 함께 서있을수나 있었겠느냐”며 한편의 작은 즐거움도 흔쾌하게 내비친다.
그가 로저코먼에게 “당신에게 영화는 무엇이냐”고 물었단다.
“재미있게도 임권택 감독과 똑같은 이야기를 했어요. 영화는 의무고 행복이다구요. 저는 아직 거기까지는 아니예요. 나에게 지금 영화는 행복뿐이거든요.” 그의 대답은 이렇게 언제나 명쾌하다.
사회 참여적 영화와 예술영화, 그 경계의 영화들을 빼어나게 만들어나가는 존 조스트나 존 아캄프라 같은 감독들과 함께 있을 수 있는 전주영화제를 그는 그 자체로서의 가능성에서 뿐 아니라 한국영화문화의 가능성이 열리는 창구로 생각한다고 했다.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지만 1회가 껴안아야할 당연한 한계라고 봅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이번 상영작들이 상업적이지 못한 영화들인데도 관객들의 반응이 기대 이상이라는 것입니다. 이것만으로도 영화문화의 가능성이 충분히 열린 것 아닌가요? ” 이미 전주의 문화적 환경이나 정서, 좀체 드러나지 않는 심성까지, 그리고 전주시내의 웬만한 골목길까지도 환하게 그려내는 그에게 요즈음 별칭이 하나 붙었다. ‘전주명예시민’.
다큐멘터리 지역영화사-전주를 제작하면서 전주에 깊이 빠져버린 그는 이런 소중한 역사를 갖고 있는 전주시민들이 영화제를 보다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고 평가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전주에서 왜 또 영화제를 하느냐’는 질문을 질리도록 들었다는 그는 너무도 확실한 명분이 있지만 그는 이제 대답대신에 이렇게 반문한다. “그럼 전주에서 영화제를 하면 안되는 이유는 또 뭐냐”.
변감독이 좋은 영화를 추천했다. “‘방파제’요. 너무나 감동적인 예술이었는데 스틸만으로 이루어졌는데도 그 예술성의 깊이가 놀라웠습니다. 오늘 상영하는 새로운 신-포스트 이데올로기도 기대 됩니다. 민족담론이 개인의 담론으로 어떻게 전환했는가를 보여주는 작품이지요.” 그는 역시 명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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