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차 생산과 보급이 가장 큰 목표입니다.’
“우연히 오목대를 답사하다가 차나무를 발견했습니다. 그것도 1백여그루가 넘는 군락이어서 참으로 놀라왔지요.”
세계 최북단에 서식한 전주 오목대 차나무 군락지(24일자 본보 1면 보도)는 우리문화 사랑을 실천해온 전통차연구가 박시도씨(37)의 열정이 얻어낸 값진 발견이다.
지난 3월, 차 재배를 위해 오목대 근처를 뒤지다가 가파른 바위위에 무더기로 자생하고 있는 나무 군락를 정말 우연하게 발견한 교동의 전통 찻집 ‘다문’ 주인 박시도씨.
그는 “전주에서도 차 생산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 무엇보다도 기쁘다”고 말한다.
직장생활을 하다가 우리 것에 심취해 자주 다니던 전통찻집 ‘다문’을 아예 인수해버린 그는 시내 한복판에서 6년여동안 운영하던 찻집 ‘다문’을 문닫고 전통 한옥이 모여있는 교동의 기와집 한채를 전세내 이사했다. 흙담을 곱게 바르고 서로 마주보고 있는 두채의 기와집을 정갈하게 꾸민 찻집은 그와 그의 아내 정정숙씨가 주인이지만 이곳을 내집처럼 드나드는 문화예술인들이 워낙 많아 주인이 따로 없을 정도다.
차재배에 남다른 열정을 갖고 있는 이들 부부는 우리차 마시기 운동을 소리 없이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 이미 고창과 정읍 내장사, 순창 회문산에서 직접 차 재배를 하고 있는 박씨는 단순히 차를 재배하는데 그치지 않고 옛사람들이 애용했던 온갖 차들을 재현해내는데도 남다른 노력을 쏟고 있다.
오래전부터 크고 작은 문화운동을 벌여온 전통문화사랑모임은 박씨와 ‘다문’의 단골들이 주축이 된 모임. 오목대 차 군락지를 발견한 것도 전통문화사랑모임이 차밭 조성과 초당 건립 추진 덕분이다고 소개했다.
“지역마다 차 맛이 다릅니다. 기후와 바람이 각각 다른 때문이지요. 전주의 경우도 이 정도의 자연 조건이라면 충분히 차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졌었는데 이번 오목대 차 군락지가 뜻하지 않게 그것을 증명해준 셈입니다.”
그러나 그는 기쁨에 못지 않게 이미 상당부분 훼손된 오목대의 주변환경이 못내 걱정 스럽다고 말했다. 여건만 된다면 차나무 군락 앞의 몇채 집을 구입해 차를 생산하고 직접 시음할 수도 있는 문화공간으로 꾸미고 싶다는 그는 특히 이곳의 차나무가 지금까지로서는 세계 최북단인 이곳에서 서식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전문학자들도 오목대 차나무 군락은 내륙의 북방한계선이라는 점에서도 가치가 있지만 이곳 차나무가 이런 자연 조건에서도 자랄 수 있었다면 우수한 유전인자일 것이라는 점을 내세웠습니다. 이곳 차나무로 우수종자를 개발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는 얼마전 오목대 차군락지 잎을 따서 지금 차를 만들고 있다. 며칠후면 고창과 정읍에서 생산된 차와 비교해 시음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할 계획이다.
“차 맛이 다른 어느 것보다 좋을 것 같아요.” 박씨와 아내 정씨는 이곳 전주가 전통 차문화의 새로운 터전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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