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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있는 민주화 현장체험, '다시 푸른 겨울'

- 원로 최형시인 대서사시집 ‘다시 푸른 겨울’펴내

 

원로 시인인 최형씨(72)가 오랫만에 두툼한 서사시집을 들고 문단에 나왔다. 그동안 이런저런 수필이나 산문집을 내놓긴했지만 본격적인 서사집으로는 ‘푸른겨울’에 이어지는 10년만의 시집이다. 그의 서사시와의 해후는 80년대와 90년대, 혈기 왕성한 청년 못지 않게 운동현장을 헤집고(?) 다녔던 그의 치열했던 60대를 다시 떠올리게 한다.

 

이 서사시집의 제목은 ‘다시 푸른 겨울’이다. 이 시집에서 10년전의 ‘푸른겨울’을 떠올리는 일은 우선 제목만으로도 당연한 일이다.

 

‘푸른 겨울’이 빨치산적 체험을 통해 한국전쟁을 조명한 서사시라면 ‘다시 푸른 겨울’은 1987년 6월 항쟁부터 1991년 12월까지의 민주화 운동을 형상화한 대서사시다.

 

시본문만도 3백70쪽에 이르는 이 서사시는 노시인의 눈물겨운 현장 체험의 진솔한 기록에 다름아니다.

 

전북지역의 재야 민주운동의 몇안되는 원로로, 민족시인으로 민주화운동의 크고 작은 현장을 지켜온 노시인이 만난 사람들. 6월 민주항쟁으로부터 91년까지 이 지역 사회운동과 그 중심이나 혹은 변방에 서있었던 인물들이 그의 시 곳곳에서 다시 태어난다.

 

현장에서의 생생한 체험의 목소리가 오롯이 담겨진 까닭에 시적 미덕대신에 소설적 이야기 전개를 흥미롭게 좆아가게 하는 것이 이 시집의 특징이라면 시인이 굳이 서사시의 형식을 택한 이유를 우리는 이 시집을 읽어내려가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민주화의 문을 열었다는 6.29가 과연 우리 현대사에서 어떤 의미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이 길고 긴 서사시는 민주화를 가져온 사람들의 고귀하고 치열했던 삶과 암울했던 역사와 고난의 세월을 어지간히도 생생하게 우리 앞에 털어놓는다.

 

더러는 새로운 구성으로 현장이 바뀌어져 있다해도 시의 궤적을 좆아 그 시절을 회상해내는 일이 크게 어렵지 않은 것도 바로 그 생생함 덕분이다.

 

정양시인은 “우리시대의 진실을 밝히고 정의를 구현하려는 등장인물의 열정이 눈물겹고 아름다운 꽃밭처럼 때로는 장엄한 불꽃처럼 타오르는 이 시는 소설적 감동과는 또 다른 열정과 감동이 현장성과 더불어 너무나 생생하다”고 말한다.

 

현장에 서있었던 운동가들은 운동가대로, 혹 눈길만 주었던 구경꾼들이었다면 또한 그들대로 그 시절을 기억하고 다시 만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설레임이나 아니면 부끄러움으로 가슴 벅차오를 터.

 

시골집에 칩거해 창작에 전념하면서도 민주 민권 민생에 관련된 싸움현장(?)에서 여전히 청년인(?) 노시인은 “이 수상한 서사시나마 허리 상한 노구의 나로서는 마지막 분발의 시늉이곤 했다”고 털어놓는다.

 

전북민족작가회의와 전북민주시민사회단체협의회, 전북문화개혁회의의 후배들은 그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모아 27일 오후 6시 30분 전주 민촌아트센터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아마도 이 자리를 빌어 운동가들의 ‘대동’이 다시 한번 다져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내심 더 크지는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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