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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에 울리는 선율...전주시립합창단 정기연주회를 보고

참으로 오랫만에 영혼에 심미적 깊은 감동으로 아낌없는 찬사와 갈채를 보낸 연주회가 있었다. 지난 22일 전주 덕진예술회관에서 열린 제46회 전주시립합창단 정기연주회가 바로 그 자리다. 신임지휘자 구천씨가 이끄는 전주시립합창단의 연주회는 전주 풍남제며 도립오페란단의 ‘루치아 ’ 협연을 비롯한 바쁜 일정속에서도 감동적이고 영감적인 합창으로 관객들로부터 아낌없는 갈채와 찬사를 받았다.

 

레퍼토리의 다양함과 예술성은 물론, 프로그램의 조화에서도 이날 연주회는 청중을 사로잡았다. Mass, Madrigal, 영화음악, 한국합창음악, 오페라 합창음악으로 구성한 이날 합창곡들은 프로 합창단다운 면모를 보였고 지휘자의 풍부한 음악적 해석능력과 세련된 비팅(beating)은 혼성·여성·남성합창의 진가를 풍부하게 발휘해냈다. 물론 연주자들의 당연한 몫이겠지만 전곡의 가사를 암기한 단원과 지휘자는 한결 돋보였고 일체가 된 호흡과 여유있는 음악적 표현은 음악예술적 사상을 북돋아내면서 정감을 압도했다.

 

이날 합창단의 연주에 매료된 청중들은 앵콜곡을 끝없이 받아냈고 합창단은 이에 답해 4곡의 멋진 앵콜곡을 선사했다. 이날 연주곡을 보자.

 

Mass는 이 지역에서는 초연된 기독교의 서사적 미사음악이다. 수준높은 음악적 감각과 양질의 블랜딩한 사운딩으로 합창음악적 미와 라틴어의 원어적 뉘앙스를 잘 표현해준 영적인 찬미였다. 16세기 르네상스의 이태리 대표적 장르였던 마드리갈 합창곡은 선율적 질서를 유지하면서, 인성(人聲)의 조화와 세속적 정감을 아름답고 섬세하게 꾸며가면서 황홀한 합창의 진수를 전했고 여성합창으로 들려준 영화음악은 여성들만의 청하하고 감미로운 사운드와 부드럽고 섬세한 음성이 영화의 이성적 감미로움과 달콤한 사색을 그려보는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켰다. 참으로 매력적인 음률의 화현이었으며, 여성들의 매혹적인 소리의 조화가 돋보였다.

 

남성들의 부드럽고 다이나믹한 음성은 감미로울 정도로 잘 정선된 사운드로 서정적이면서도 경쾌한 선율과 유머러스한 음악적 내용을 담고 있어 청중들에게 흥분된 음악적 감흥을 전해주었으며, 남성(男聲)다운 꽉찬 화현은 더더욱 매력이 넘쳤다.

 

한국합창곡은 역시 한국적인 서정성과 옷깃을 여미는 다소곳한 선율과 따뜻한 화현이 특징이다. 시립합창단은 이를 절제된 소리와 균형잡힌 시적 감정으로 표현해냈으며 특히 베이스 파트의 믿음직한 통주저음적인 사운드는 전체의 화음을 음악의 건축적 섬세함과 안정된 신비로움으로 승화시켜 주었다.

 

이날 연주된 전체 합창음악을 휘날래의 환희로 마무리 한 마지막 연주곡은 화려한 오페라의 합창곡 두곡. 소프라노와 테너의 독창자를 기용한 오페라 ‘춘희’중 ‘축배의 노래’는 가극의 음악적 다이나믹과 축배의 화려함을 표현해준 성공적인 연주였으며, 오페라 ‘일트로 바토레’의 ‘대장간의 합창’은 집시들의 애환과 방랑적인 생활모습을 느낄 수 있는 극적인 표현과 합창의 성악적인 소리의 합심과 탄력이 다이나믹하게 표현된 합창이었다.

 

이날 연주된 모든 합창곡을 한국어는 물론 라틴어, 이태리어, 영어를 완벽한 발음으로 암기하였음은 물론 4창 앵콜 연주곡까지 모두 25곡을 악보 없이 연주한 단원들의 노력과 성의, 그리고 프로 합창단 다운 감동적인 연주태도와 정신에 마음으로부터 기꺼이 찬사와 박수를 보내고 싶다.

 

/박종의(한국합창총연합회 부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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