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만남이란 인연을 전제로 한 필연과 우연이 교차하는 간이역이라는 생각이 든다. PC방에서 게임에 열중하는 사람들의 강렬한 눈빛에서 감지되는 것처럼, 인간본질에 대한 진지함보다 기계나 물질에 대한 진지함이 더욱 강해지는 고독과 외로움의 시대에 우리는 함께하고 있다.
최근 명망있던 한 시민운동가가 술김에 여대생 성추행 혐의로 구속되고, 강건해야 할 군장성이 부하장교부인들을 추행한 사실로 보직이 해임되고, 또 우리시대의 또다른 희망(?)인 것처럼 자천타천으로 언급되던 이른바 386세대의 신진정치인들이 분별없는 술자리로 지탄을 받기도 했다.
술과의 잘못된 만남으로 인해 이들이 오랜기간 쌓아올린 신망과 명예를 무너뜨리게 된 것이다. 이처럼 술과 사람과의 관계는 연인과의 ‘사랑’처럼 상황적이고 가변적이고 때로는 절대적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을때, 자신의 감정을 분출하고 싶을때, 세상이 허무하고 어두워보일때 등 여러가지 이유로 술과의 만남을 갖는다.
직업상 술과의 잘못된 만남으로 자신의 인생을 무너뜨리고 더 나아가 사랑하는 가족이나 사회에 엄청난 해악을 끼치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오고 있다.
이들을 대할때마다 매번 놀라는 것은 현재 약 1백30만명으로 추정되는 알코올중독자 뿐 아니라 일반인들의 음주에 대한 이중적인 태도이다. 음주문제는 개인의 도덕적·성격적·신체적·가족적인 어려움을 불러일으킬뿐 아니라 사회전체의 생산성에도 많은 문제를 초래한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술에 대해 너무나 관대하고 허용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다. 잘못된 음주문화의 폐해는 심각해서 음주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비용은 97년 기준으로 9조7천8백4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가정폭력이나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치료, 재활비용, 음주운전 단속관련비용 등을 간안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이 비용은 최소치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 신문을 살펴보면 음주와 관련된 폭력 등 범죄와 사망 등의 얘기를 자주 접할수 있다. 또 한편으로는 올 들어 5월까지 술집 사업자등록이나 룸살롱 개업이 지난해에 비해 무려 2∼3배를 넘어서고 있다는 씁쓸한 소식도 있다.
어느새 중요한 사회문화로 우리 생활에 깊숙히 들어온 음주문화를 이제는 검토해 봐야 한다. 생산성과 사랑에 기반을 둔 새로운 문화를 창출해야 한다. 고독과 외로움의 시대에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술에 자신의 영혼을 의지하기 보다 자신 속에서 진정한 사랑을 발견하고 이와함께 건전한 음주문화형성에 노력해야 한다.
이제 반가운 이들을 만날때마다 술의 영향하에 이루어진 잘못된 만남이 아닌 사랑에 기반한 마음과 마음의 가교를 이을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윤명숙교수(전북대 사회복지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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