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태평양 고기압이 북반구에서 발달하여 시베리아의 한냉선을 밀어 올리는 계절인 7∼8월이 우리 나라의 여름에 해당된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는 이 시기가 연중 가장 덥고, 남극에 위치한 호주나 뉴질랜드는 우리와의 정반대의 기후가 형성된다.
이 두달동안의 더위를 슬기롭게 보내기 위해 선인들도 여러가지 피서방을 이용한 기록들을 보았으나 역시 자연적 현상을 극복하지 못한 것 같다. 오성(鰲城)이 퇴청하여 곧바로 집에 와서 흘린 땀을 씻고자 뒤토란 처마밑에서 목욕을 하고 있을 때에 한음(漢陰)이 찾아 왔다. 오성의 부인이 아직 집에 도착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한음은 급한 용무라면서 꼭 보아야 한다는 성화에 못이겨 목욕하는 곳을 알렸던바 오성은 한음을 보자 등쪽을 내밀고 대답했다.
목욕문화가 발전한 지금은 동성간에 치부를 들어내는 것쯤은 보편화됐으며 독일 등 서구에서는 이성이 함께 하는 목욕탕도 있지만 선인들은 그렇지 않았던 단면을 볼 수 있다.
이열치열(以熱治熱) 법으로 해수욕장을 찾는 것은 제2차대전이후부터이며, 그 전에는 산이나 계곡을 찾아 피서했다. 이렇게 선인들이 피서하고 목욕했던 곳을 지금도 우리는 신선탕 또는 선녀탕이라 부르고 있다. 군자(君子)는 요산요수(樂山樂水)라는 것도 해수가 아니라 담수를 말한 것이다.
또한 땀이 많이 나는 관계로 옷이 젖는 것을 방지하는 대나무로 만든 죽의(竹衣)가 있었고, 잠자리에서 품고 자는 죽부인(竹부人)이 있었다. 옛날에는 죽부인도 부모와 동침했다하여 존경의 대상이었으며 부모가 타계한 다음에도 영위에 모시고 효성을 극진히 하는 효자도 있었다.
1천5백도의 화로에서 쇠물이 흐르는 제철공장의 실내 온도는 40∼50도이다. 여기에서 방화복을 입고 작업하는 공인이나 영하 10도이하의 제빙공장이나 냉동실에서 작업하는 사람의 체력은 강인한 정신력이 아니면 견디기 힘들 것이다. 인간의 정신력은 체력을 견제하기 때문에 더위와 추위쯤은 마음 먹기에 달렸다고 실학자 이규보(李奎報)는 말했다.
부자에게는 겨울철이 좋고 가난한 사람은 여름철이 좋다지만 추위나 더위의 고통을 치르기는 마찬가지이다. 대나무 평상에 앉아서 부채로 모기를 쫓으면서 등골이 오싹해지는 귀신이야기를 듣는 것은 외국을 찾아 피서한 것이나 겨울 옷을 입어야할 정도로 에어컨을 켜놓고 실내에서 TV를 보는 것에 비하면 피서의 선방이라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 거기에 칙서보양제인 생맥탕(生脈湯) 한잔을 겸하면 금상첨화임에 틀림 없다.
/양복규(명예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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