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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향기가 있는 '풍경, 그 사이'

일상적 삶과 자연, 그 사이의 풍경

 

- 김범석 이기홍 조병철 3인전

 

가을은 풍경으로 온다.

 

그것은 그리움이나 혹은 생생한 삶이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쓸쓸한 기억으로 다가오는 그런 풍경이다.

 

분주한 일상으로부터 잠시 벗어나 만나는 도심 밖 풍경이라면 가을은 문득 내 삶의 자취들을 뒤돌아보게하는 의식의 신선한 자극으로도 다가선다.

 

가을 화랑에 풍경이 넘친다. 서신갤러리가 개관 3주년 기념으로 기획한 김범석 이기홍 조병철 3인 초대전도 그중 하나다. 30일까지 열리고 있는 이 초대전의 주제는 ‘풍경, 그사이’. 젊은 작가들의 시각안에 들어온 풍경과 풍경, 그리고 그사이에 존재하는 내면의 풍경들이 신선하다.

 

수묵작업의 예술적 완결성을 형식에만 의존하지 않고 정신적 사유를 담아내는 실험적 작업으로 모색해온 김범석의 풍경, 땅의 생명력을 통해 수난과 질곡의 우리역사를 투영해온 이기홍의 풍경, 도시와 농촌의 사이에서 자연과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공간과 삶에 천착해온 조병철의 풍경.

 

 모두가 일상적인 삶에 기대어 있으면서도 그 풍경의 이면이 지닌 의미와 가치를 더욱 소중하게 인식해온 작가들의 표현세계가 감동을 준다.

 

이들 세작가는 모두 이지역 출신이라는 공통된 삶의 바탕을 갖고 있지만 오래전부터 타향살이를 하고 있거나(김범석) 오랫동안 지역을 지키다 서울로 활동의 근거지를 옮겼거나(이기홍) 대학 졸업후 아예 고향에 돌아와있는(조병철) 작가들이어서 서로 다른 환경에서 일상적 삶의 풍경을 마주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 세작가의 풍경에서는 탄탄한 동질성이 보인다.

 

그것은 다름 아닌 ‘새로운 풍경과 감성에 대한 공유’이고 그것은 한단계 더 진전해 ‘인간과 자연속에서 만들어지는 서사적 풍경’이다.

 

갈필과 농묵을 자유롭게 구사하거나 사실주의 기법을 딛고 탄탄한 생명력을 발휘하거나 서로 다른 형식으로 표현한 이들의 그림들은 건강한 민중성을 서정적으로 전해주는 미덕을 갖고 있다.

 

기왕에도 수많은 풍경화들을 만나지만 단순히 대상을 재현해낸 풍경화로서만이 아니라 자신들의 언어를 명료하게 담아내는 힘이 돋보이는 까닭은 어디에 있을까. 큐레이터 유대수씨는 “여기 모인 세명의 화가들은 풍경의 이면을 보고자 한다.

 

풍경의 다른 지점에 눈길을 주는 것이다.

 

하나의 현상으로만 드러나는 풍경이 아니라 인간 삶의 모든 질곡과 관계함으로써 드러나는, 낯익음에 익숙한 무심함으로는 결코 읽어낼 수 없는 대지의 향기를 찾고자 하는 노력 여기에 그 힘의 바탕이 있다.”고 말한다.

 

풍경이 지닌 의미, 그것을 정직하게 담아내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이 작가들의 풍경화에 큰 힘이 되고 생명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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