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스스로 숨을 쉬며 사는줄 알고 있지? 그럼 이 상자를 들여다보아.”
이 세상에 나를 있게 한 것은 무엇일까. 살아있음의 가장 원초적인 행위인 숨을 쉬는일이 나 혼자만의 것으로 가능한 것일까.
작가 박진희씨(31)는 이렇게 묻는다. 생존의 문제, 생명의 문제, 삶과 환경의 문제. 현실의 문제.
작가 박진희의 화두를 따라가다보면 오늘날 우리가 처해있는 환경에 대해 천착하게 된다. 30대에 들어서 더욱 가열차진 그의 실험적이고 모험적인 새로운 시도. 신선한 그의 발언 형식을 통해 바로 이런 문제의식을 공유할 수 있음은 새로운 충격이다.
지난 17일부터 23일까지 전북예술회관에서 열리고 있는 두번째 개인전에서도 생동감 넘치는 그의 발언은 흥미로운 체험으로 관객들을 몰아간다. ‘인공호흡을 위한 시놉시스’.
내년에 본격적인 작업전을 앞두고 미리 관객들과 만나보는 이 전시회는 일종의 프리뷰 전시회다. 작가는 ‘시놉시스’라는 장치를 통해 내년에 가질 ‘인공호흡’에 대한 관심을 극대화시킴으로써 ‘개인전’을 또하나의 작가적 행위로 만들어낸 셈이다.
관객들로하여금 완결성으로 보다는 완결의 과정으로 가는 전이의 단계로 인식케 하는 것이 이 전시회의 미덕. 관객들은 전시실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작가의 발언을 주목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새로운 장치(?)가 되는 것이다.
“그냥 숨쉬는 상자예요. 상자속에 들어온 관객들이 어떤 생각과 느낌으로 참여하느냐는 이미 저의 몫이 아니지만 이 장치들을 적극 체험하면서 결국은 숨을 쉬는 일조차 나혼자의 일이 아니었음을, 아니, 정반대로 그들이 있음으로서 가능한 일이었음을 깨닫는다면 작가의 발언은 제대로 전달된 셈이예요.”
그는 자신의 발언을 위해 기존 전시실에 나무박스와 광목의 설치작업으로 또하나의 전시공간을 만들어놓았다. 흰광목이 주는 독특한 분위기, 희미한 불빛이 비쳐드는 그 공간에서 관객들은 작은 구멍사이로 다양한 오브제와 설치작업을 만난다.
산허리가 파헤쳐지고 무릎을 허옇게 드러내는 공사현장, 청소부아저씨와 포장마차의 풍경이 슬라이드로 비쳐지는 앞에서 땅이 쿵쿵 숨을 쉬며 살아있음을 확인시키는가하면 그 작은 구멍안 또하나의 상자에 놓여진 온갖 오브제들이 ‘너를 있게한 것’들이 바로 자신들이었음을 일러준다.
설치작업의 기발함도 흥미롭지만 센서를 이용한 ‘숨쉬기’는 일품이다. 이 공간을 만들어내기 위해 여성작가에게는 만만치 않을 노동력이 투자되었을 테지만 그는 ‘이건 상자’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 여운은 길다. 광목 천들을 움직이며 ‘쉬익 쉬익’ 내뿜는 인공호흡의 소리가 남기는 메시지.
‘너 혼자 숨쉬고 사는줄 알지? 그런 이 상자를 들여다보아.’흥미로운 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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