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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창] 만족함을 아는 삶, 사랑할 줄 아는 삶

 

 

사람을 거짓없이 대하는 모습, 다른 종교와 문화를 인정하고 대화할 줄 아는 자세, 세상을 아름다움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 여성을 존중하는 생각과 태도가 나의 삶으로부터 자연스럽게 배어나오는 진실로 살아있는가. 창문을 흔드는 바람 소리를 들으며, 병환 중에 계시는 어머니와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묵상하고 다짐해본다.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면 사람들을 사랑한다면서 부모님과 형제들을 사랑하는 일에는 참 부족했구나. 가까이 있는 것들부터, 가까이 있는 사람들부터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하겠구나. 생명 있는 모든 것을 좋아하고 사랑하되 가까운 것들부터, 가까운 사람들부터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 살아가라.”

 

몇달 전 어머니께서 뇌경색에 의한 중풍으로 몸의 한쪽이 마비된 이후 아버지께서는 60년 함께 살아오신 그 모습으로 24시간 어머니 곁에 계신다. 두분은 서로 극진하게 사랑하신다. 그러한 두분의 모습을 뵐 때마다 존경심과 죄송스러운 마음이 자리한다.

 

얼마전에 아버지를 모시고 목욕탕에 간 일이 있었다. 계단을 제대로 오르지 못하시고 옷을 벗고 입는 일도 힘들어하시는, 머리를 감고 몸을 씻는 것조차 마음대로 못하시며 돌아오셔서는 피곤하신 듯 금새 잠을 주무시는 아버지! 어느새 당신의 몸은 앙상한 뼈마디와 검은 반점들로 수놓아져 있었다. 아버지는 줄 수 있는 모두를 다 내어주셨다.

 

신학교 입학하던 날, 두 분께 큰절 올리고 고개를 들었을 때 처음으로 보았던 아버지의 눈물, 요즈음 흘리시는 두 분의 눈물에 감사드린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눈물은 내게 있어 하느님이기 때문이다.

 

며칠전 여행을 다녀오면서 화장실에서 좋은 글귀를 봤다. ‘만족함을 아는 자는 진정한 부자이고, 탐욕스러움을 찾는 자는 진정 가난한 자이다.’

 

아버지와 어머니, 두 분은 평생을 만족할 줄 아는 삶을 살아오셨고 그렇게 세상을 떠나실 것이다.

 

양혜왕은 땅에 대한 욕심 때문에 백성과 자식과 형제를 희생시켰다고 한다. 먼 데 있는 것에 대한 탐욕때문에 가까이 있는 사람을 버렸다. 맹자는 탄식했다. 왕이 자식을 사랑하듯이 백성을 사랑하고 백성을 아끼기에 땅을 아끼는 사람이었다면 얼마나 좋을꼬.

 

성탄은 만족함을 아는 사람들, 사랑할 줄 아는 사람들에게 내려지는 선물이라고나 할까.

 

 

 

/김봉술신부(천주교전주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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