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봄이다. 봄과 더불어 시작한 모임에서 가족과 여성문화를 서로 얘기하는 기회가 있었다. 토론할 때는 페미니스트이지만 앉은자리만 벗어나도 남성중심의 사고 틀에 얽매여 있는 우리들의 이중성에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 -여러해 동안 남편과 여러 가지 사투(?)끝에 가사노동을 분담하게 되었다는 것, 그러나 그 행동은 일시적이어서 항상 주입(투쟁) 해야 한다는것, 딸이 가사에 협조적인 아빠에게 심부름(?)을 하게 한다는 것, 가사노동의 전담자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전혀 가사노동의 중요성을 모르는 딸에 대하여, 고맙다는 말을 어떤 방식으로든 자식과 남편으로부터 받아내야만 마음이 편안해진다 등- 하며 우울함을 동반하는 무심한 봄과 함께 허탈해 했다.
남편도 예외는 아니다. 결혼 초부터 최근 2년 전가지는 앞장서 가사노동을 분담하려고 설거지, 빨래 등에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하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아예 늦게 들어오고 집에 와서 가사를 돌보느니 차라리 사무실에서 일을 더하는 것이 좋은 것처럼 거의 하루 일과가 끝나갈 무렵 힘없는 표정으로 등장한다. 사회에서 열심히 일하였노라고 나에게 시위하듯. 그럴때면 나는 번번히 말하곤 한다. 가족도 조직인데, 이 조직을 위해 무엇을 하였냐고, 조직이 무엇을 해주기를 요구하지 말고, 내가 가족이라는 조직을 휘해 무엇을 하였는지 생각해 보라고. 물론 피식 웃는다. 가족 내에 여성으로서의 소외감, 박탈감, 모성강요로 인한 의무감은 안중에도 없는 듯 보인다. 여기서 구성원으로서의 과연 나는 책임과 의무를 다했는지 잠시 미루자.
가족과 가족이 아닌 것에 분명한 선을 그어 사적 공간으로 돌보거나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것, 희생만 강요하는 남성중심의 가족문화는 바꿔져야 할 것이다. 가족도 사회의 기초 조직임을 인정하고 조직의 기본질서를 가정 내에 체계화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의사소통체계를 확립하고 가족 구성원에게 의무와 역할을 주고 일과 책임을 나누는 것부터 시작해야 남녀 평등한 사회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한다.
/ 김미숙(전주여성의전화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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