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간 이루어진 영화제 여정을 끝마칠 즈음, 원고 청탁을 받게 되었다.
우선 2회 전주국제영화제에 대한 개인적인 느낌은 '영화 공부를 했다는 것'과 '영화제가 시간에 쫓겨 급조되었다'는 것 두가지였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타 국제영화제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귀한 영화들과 프로그램들, 가령 파스빈더 회고전, 존 아캄프라 특별전, 그리고 적잖이 급진적 내용을 내장한 포스트68 등을 두루 관람하면서 좀체로 하기 힘든 '알찬 영화 수업'을 압축한 느낌이었다.
또 이번 영화제는 많은 양의 실험적이고 급진적인 다큐멘타리들을 과감히 상영함으로써, 영화제가 우리 삶 속 깊이 천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제는 그 규모와 관심 만큼이나 준비하는 시간이나 공력이 들어가야 할 게다. 그런 점에서 보면, 여러가지 이유로 급조되었던 이번 전주영화제는 그 짧은 시간의 준비와 공력 때문에 많은 문제점을 노정시킨 게 사실이다.
다양한 영화 섭외가 이루어지지 못해 시민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자리가 그리 마땅치 않았던 것이나, 홍보 미비로 인해 만들어진 낮은 관객 점유율, 빈번한 상영 사고 등 제1회 영화제를 그대로 정체시켜버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작년에 비해 상영된 영화들의 목록은 더 늘어났지만, 그렇다고 '디지털과 대안'이라는 명목을 충족시켜줄만한 뚜렷한 이슈나 쟁점을 지니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 모든 단점은 앞으로 이어질 전주영화제의 '장수와 발전'을 위해 불가결하게 전제되는 시행착오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영화제 발전은 의욕과 화려한 외양보다 준비하는 이들과 보는 이들의 성실한 인내 속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송희일(단편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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