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가 처서였지만 한낮의 염천더위가 여전히 기승을 부린다. 원광대 무용관 4층에 위치한 현대무용단 ‘사포’의 연습실에 서면 늦더위와 단원들의 열기까지 더해 온통 땀범벅을 이룬다.
그래도 요즘은 서늘한 바람이 있어 한숨을 돌리지만 한여름을 지나는 동안에는 물을 마시는 만큼 땀을 쏟아냈다. 완벽한 안무를 위해서라면 같은 춤동작을 수십차례, 수백차례나 반복해야 하는 고단하고 외로운 작업이다. ‘무용은 중노동’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예사로 들리지 않는다.
현대무용단 사포는 지금 가을을 준비하고 있다. 다음달 25일 호남지역 4개대학 교류공연을 마치면 10월26일에는 광주에서의 공연이 기다리고 있다. 무엇보다 12월8월부터 9일까지 이틀간 한국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마련되는 ‘달이 물속을 걸을 때 강물은 달빛을 듣는다’(안무 김화숙 ·대본 한혜리)를 위해 여름연습을 시작한 이후 하루도 연습을 거르지 못했다.
이 작품은 올해 서울시로부터 지방단체로는 유일하게 무대공연작품 지원을 받고 무대에 올리는 만큼 의미가 깊다. 지역의 틀을 벗어나 전북의 현대무용을 알리는데 매진했던 지난 15년 활동의 결실인 셈이다.
‘달이 물속을…’는 짙은 서정성과 춤의 기본을 강조하고 있다. 단원들이 강도높은 연습에 매달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포무용단의 최근 작품이 광주민중항쟁 무용 3부작 ‘그 해 오월’‘편애의 땅’‘그들의 결혼’ 등과 동학농민혁명을 소재로 한 ‘다시핀 그대에게’등 역사와 사회적 현실을 형상화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포무용단은 보다 성숙해진 연륜을 통해 춤의 새로운 언어와 이미지를 모색하는 것.
특히 현대무용단 사포는 올해로 창단 15주년을, 사포를 이끌고 있는 김화숙교수(원광대 무용과)가 지난 71년 첫번째 발표회를 가진 이래 올해로 30년째를 맞는 해여서 서울공연에 대한 감회가 더욱 남다르다. 이번 작품에는 김교수를 정점으로 열세명의 단원이 사포무용단의 예술적 역량을 펼쳐낸다.
지금까지의 작업이 작품의 중요부분을 단편적으로 익히는데 심혈을 기울였다면 9월부터는 극의 전반을 아우르며 완성도를 높이게 된다고 소개했다.
지난 85년 김화숙교수가 강형숙·신용숙씨(원광대강사) 등 제자들을 중심으로 창단한 사포무용단은 지금까지 13회의 정기공연을 비롯해 1백차례 가까운 크고작은 공연을 펼치며 전북현대무용의 오늘을 이끌고 있다.
또 활동영역을 지역에 한정하지 않고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에서도 활발한 공연활동으로 지역 춤단체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기도 했다.
김화숙교수는 이번 공연의 의미에 대해 “무용단체의 80∼90%가 서울에 기반을 두고 있는 탓에 지역의 예술단체가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은 너무도 열악하다”며 “그동안의 작업이 척박한 여건을 다져나가는데 역량을 모았다면 이번 서울공연은 한국을 대표하는 무용단체로 도약하는 계기로 삼고 싶다”고 말했다.
김교수는 또 “언제부턴가 현대무용은 춤외적인 요소를 강조하면서 정작 춤이 사라져 가고 있다”며 “이번 작품은 순수하고 서정성 짙은 춤의 아름다움을 전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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