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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두산아파트 문화축제

주거환경이 아파트중심으로 바뀌면서 국내 거주형태비율중 아파트는 절반을 넘는 수준이다. 이같은 공동주택이 도심을 수놓으면서 각 세대들은 독립된 개체로서 그들만의 일상생활에 젖어 있다. 공동주택인 아파트가 이웃간의 거리를 더욱 짧게 만들었지만 세대를 구분하는 벽은 두텁지 그지 없다. 과도한 경제성장과 함께 남을 배려할 여유조차 없었던 지난 시대, 개인주의의 상징물인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공동체 삶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시대를 함께 해 왔다.

 

하지만 황량하고 삭막한 회색빛 콘트리트 문화속에 한데 어우러지는 공동체문화행사가 속속 등장,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아파트가 입주자대표회나 자치회를 통해 한살림을 꾸려가면서 공동체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먼 사촌보다 가까웠던 이웃사촌이 옛말이 된 요즘, 이웃간의 정을 되살리고 지역공동체문화를 형성하는 행사가 이곳저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지친 한주일, 모처럼 휴식을 맞이해야할 가족들이 아파트 단지를 누비며 분주한 모습이다. 헐떡이는 아이들, 고사리손을 쥔 부모들이 단지내 곳곳에 숨어있는 보물찾기에 나섰다.

 

지난 25일 전주시 서곡 두산아파트에서는 이색적인 광경이 펼쳐졌다.

 

광활한 단지내 주차장에는 차량을 찾을 수 없고 모든 주민들이 한데 어우러져 축제분위기를 자아냈다. 5백35세대가 입주해 있는 두산아파트는 총 6동. 이날 아파트 공동문화행사가 105동과 106동 사이에서 이루어졌다. 특히 주민들이 직접 행사를 주관, 공동체 문화행사들이 하루종일 열렸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가 주민들을 위한 공동체행사를 추진중에 최근 전주시와 시민행동21이 함께하는 ‘살맛나는 공동체문화육성 민관협의회’의 협조로 신명나는 축제가 마련된 것.

 

 

이날 행사는 아이들을 위한 놀이공간과 모든 주민들의 화합공간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투호놀이, 널뛰기, 단체줄넘기, 제기차기, 굴렁쇠 굴리기등 전통놀이 체험마당이 아이들의 높은 관심을 끌었다. 행사에 참가한 나영엽(서곡초 1년) 어린이는 “혼자 하는 컴퓨터게임보다 친구들이 지켜보는데서 함께하는 투호놀이가 너무 재밌다”며 마냥 즐거워했다.

 

또 각종 전시회가 축제행사장임을 알 수 있게 했다. 아파트 문화행사를 맞이해 고사리손으로 직접 채색한 그림들 1백30여점이 전시됐다. 그 옆에는 가족소개와 함께 가족사진 전시회가 펼쳐졌다. 멀게된 느껴졌던 각 입주세대들이 허물없이 가족들을 소개한 것이다. 사진 전시공간을 지나치던 사람들이 하나둘 얼굴을 익히면서 공동체 삶을 기대하는 입주세대들에게는 더할나위없는 프로그램이기도 했다.

 

다채로운 행사가 지상에서 진행되는 동안, 지하주차장은 영화관으로 바뀌었다. 아파트 단지 곳곳이 문화공간인 셈이다. 아이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영화인 ‘치킨 런’이 상영되면서 지칠 줄 모르는 아이들의 발걸음을 재촉했다.

 

본행사인 ‘이웃사랑 가요제’가 저녁께 마련돼 축제는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화려한 조명속에 무대는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낯설지 않지만 그동안 서먹했던 이웃들이 하나둘 무대를 장식하던 순간, 박수와 갈채 그리고 웃음으로 보답하는 관객들이 행사장을 메웠다. 같은 지붕아래 거주했던 모든 세대들은 이날 화합의 자리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그동안 누구도 나서지 않았던, 또 반겨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문화축제가 성황리에 끝이 났다. 아파트 김형근관리소장(38)은 “아이들을 위해 많은 놀이공간을 마련한 것은 부모의 관심과 참여를 끌기 위한 것”이라며 “이번 행사는 첫 문화축제라는 의미보다 또다른 여운을 남겨 앞으로 지속적으로 이같은 축제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민단체인 시민행동 21 주민자치원회와 자치센터는 새로운 공동체 문화창출을 위해 직접 나서 관심을 끌었다. 시민행동 21은 이날 장애아동복지시설에 제공하기 위해 각 가정내 인형, 장난감, 책, 헌옷등을 수집하는 장을 열었다. 또 전주천 어류표본 및 식물사진 전시공간을 열었다. 특히 장애체험마당을 실시, 휠체어를 타고 문턱과 경사면을 오르며 장애의 어려움을 깨닫는 시간을 가졌다.

 

이밖에 청년한의사회가 이날 행사장에 방문, 무료한방 진료를 실시했다. 청년한의사회는 경로당을 찾아 체질 상담과 치료를 병행했다.

 

/안태성기자 seit1974@jeonbu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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