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판소리’란 말이 널리 쓰이고 있지만, 이 말이 판소리가 생겨날 때부터 쓰인 것은 아니었다. 판소리에 관한 기록 중 가장 오래된 것은 만화재(晩華齋) 유진한(柳振漢)이 1754년에 쓴 ‘가사 춘향가 200구’인데, 이 때는 ‘타령(打鈴)’이라고 하였다.
본래 타령은 정악곡인 ‘영산회상’의 여덟 번째 곡 이름이기도 하고, 장단 이름이기도 하다. 민속음악에서는 ‘흥타령’ 등에서 사용된다. ‘흥타령’이란 노래가 그리 오래 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타령’이란 말은 ‘영산회상’의 악곡 이름에서부터 왔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러니까 ‘타령’이란 본래는 ‘영산회상’의 악곡 이름이었는데, 나중에는 민속음악을 두루 가리키는 명칭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을 알 수 있다. ‘타령’이 판소리만을 가리키는 이름은 아니었다는 말이다.
판소리 애호가로 유명한 고창의 신재효도 ‘판소리’란 명칭을 사용하지 않았다. 신재효는 ‘광대가’에서 중머리, 진양조 등의 장단 이름은 사용했지만, ‘판소리’란 말은 사용하지 않았다. 그대신 ‘소리’라고 하고 있다. ‘소리’라는 말이 특별히 어떤 것을 가리킬 수 있는 이름이 아니고 보면, 이 또한 ‘판소리’만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할 수 없다.
20세기 들어서도 ‘창극조’, ‘창악’, ‘극가’, ‘잡가’, ‘극창’, ‘창’ 등이 사용되었으나, 이 또한 보편화되지는 못했다. ‘판소리’라는 말은 1940년에 조선일보 출판부에서 나온 ‘조선창극사’에 처음 나온다. 물론 이 책에 이 명칭이 나오는 것을 보면, 1940년 이전부터 쓰이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 이름이 널리 쓰이다 보니, 정노식도 사용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판소리’는 다른 무엇도 아닌 '판소리'만을 가리키는 이름이다. 비로소 ‘판소리’가 제 이름을 갖게 된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누구나 다 ‘판소리’라고 부른다. 물론 아직도 ‘창’이니, ‘소리’니 하는 말들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판소리’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군산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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