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상담실 문을 두드리는 남성들이 전체의 절반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많아졌다.
가족상담이 갖는 의미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타 상담기관의 통계를 보더라도 남성상담의 비율은 현저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제 남성들도 변화에 대한 자기의지를 가지게 되었구나’ 싶은 마음과 함께 여성 남성의 편가름이 적어질 것 같은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아진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그 동안 여자 남자 서로가 힘들었었던가 싶어 씁쓸하기도 하다.
배우자의 잦은 외출에서부터 PC중독, 알콜중독, 외도, 가정폭력, 자녀문제, 고부갈등 등등….
여성과 남성의 힘든 이야기 출발점이 대부분 가족관계에서 시작된다는 점이 닮아 있다.
그러나 문제는 ‘행복한 가정에 대한 그림’이 다르다는 것.
아이들 잘 보살피고 남편 뒷바라지 만을 위해 사는 아내가 가족행복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수호신인 것 처럼 그리고 있는 남편에겐 자신의 욕구를 찾아 담장을 넘나드는 아내의 모습이 이해할 수 없는 추상화로 보일 것이다.
반대로 남편이란 가족의 경제와 안녕을 기꺼이 혼자서 책임지고 가슴까지 따뜻해야 할 사람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아내에게 직장에서 목줄이 위태위태한 남편의 모습은 양해 받지 않고 지워버려도 좋은 잘못된 그림인 것이다.
남녀가 성년이 돼 결혼으로 한 가정을 이루기까지 각자 서로 다른 환경에서 성장한다. 더욱이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보편적인 개인의 가치관이나 삶의 방식 만을 강요하기에는 많은 무리가 따른다.
그러나 아무리 사회와 가족이 형태를 달리해도 세대를 이어 사회를 이루는 가장 기초적이고 중요한 기본은 가족이라는 사실에는 여전히 변함이 없다.
아니, 오히려 변화와 혼란의 시대 사회의 영원한 희망은 가족이 아닐까.
결혼을 위한 선택 앞에서, 결혼을 이룬 책임 앞에서 한번쯤 거울 앞에 서자.
나만의 밑그림을 접고 우리의 그림을 그리자.
너와 나의 밑그림을 망가뜨리지 않는 우리의 그림을 그리자.
아마도 신이 우리에게 부모를 선택할 권리를 주지 못한 점을 아쉽게 여겨 제2의 생활에서 배우자를 우리 손으로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주셨을 지도 모를 일이다.
/ 고희숙 (전북가족상담치료센터 상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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