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극장가는 아무래도 우리 영화가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헐리우드영화가 멜로영화들을 내세웠다면 우리 영화는 전통명절에 맞춰 의미와 재미를 앞세운 다양한 영화들로 승부수를 띄운다.
올해 최고의 흥행작으로 손꼽히는 ‘무사’와 함께 ‘조폭마누라’와 ‘봄날은 간다’가 추석대목을 겨냥해 간판을 내거는 한국영화 3인방. 미국의 테러참사 여파로 관객들의 발길이 주춤했던 ‘무사’는 추석을 반전의 계기로 삼아 초반의 무서운 상승세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외국영화로는 액션물인 ‘러시아워2’를 비롯해 ‘분노의 질주’등과 함께 ‘스위트 노멤버’‘프린세스 다이어리’‘아메리칸 스윗하트’등 감성멜로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이 가운데 ‘명절배우’성룡이 주연한 ‘러시아워2’가 복병으로 꼽힌다.
열병같은 사랑은 지고…
△봄날은 간다(감독 허진호)
자연 속에 묻혀 있는 소리를 찾아 다니는 남자 상우는, 어느 겨울 강릉 라디오 방송국 아나운서인 은수와 녹음여행을 떠난다. 바람이 불고 있는 대나무숲에서 조금 거리를 둔 채로, 각자 마이크를 들고 있던 두사람….
열병같은 사랑에 빠진 상우와 달리 사랑이라는 감정에 거리를 두고 있던 은수는 시간이 갈수록 상우를 부담스러워 한다. 결국 이들은 이별하고 재회하면서 점점 사랑하던 시간은 멀어져만 간다. 사람들에겐 저마다의 ‘봄날’이 있고 상우의 ‘봄날’은 그렇게 잊혀져 간다.
이영애와 유지태가 호흡을 맞춘 ‘봄날은 간다’가 연인관객들의 발길을 붙들것으로 보인다. 허진호감독은 전편인 ‘팔월의 크리스마스’에서 처럼 일상과 사랑에 관한 진지하면서도 차분한 통찰을 이어간다. 15세이상 관람가
여자조폭의 엽기적 활극
△‘조폭마누라’(감독 조진규)
폭력조직 부두목(신은경)을 아내로 맞아야하는 순둥이 남편(박상면)의 운명이 재미있다. 화려한 액션과 잔인하기까지한 볼거리, 배꼽을 쥐게 하는 코미디, 눈물을 쥐어짜는 멜러 등이 넘나들며 명절때 들뜬 관객들의 마음을 휘어잡는 ‘추석 종합선물세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극장가에서 선전하고 있는 ‘신라의 달밤’‘엽기적인 그녀’ 의 뒤를 이은 전형적인 코믹액션물. ‘친구’를 성공시킨 코리아픽쳐스가 다시 조폭(조직폭력배)을 앞세워 흥행몰이에 나선다.
1986년 영화 ‘납자루떼’를 감독했다가 참패한 개그맨 서세원이 15년만에 제작자로 충무로에 돌아와 만든 영화이기도 하다. 15세이상 관람가
47세의 나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러시아워2(감독 브래트 레트너)
코믹한 쿵후액션, 스턴트를 거부하는 장인정신, 영화가 끝나면 NG장면으로 관객의 눈길을 확실히 붙들어두는 ‘성룡표 영화’는 명절만 되면 어김없는 확인할 수 있다.
만년스타 성룡이 이번 추석에도 ‘러시아워2’를 들고 방문한다. ‘무사’에서 부용공주로 나오는 장쯔이, 헐리우드에서도 소문난 입담꾼인 크리스 터커도 빼놓을 수 없다.
올해로 47세인 성룡은 전작보다 액션의 화려함은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대역을 전혀 쓰지 않는 ‘노익장’을 자랑한다. 홍콩경찰로 분한 성룡은 홍콩, LA, 라스베이거스 등을 누비며 미화 1백달러짜리 위조지폐를 밀매하는 대규모 범죄 조직의 배후를 캐낸다. 12세이상 관람가
거리서 벌어지는 불법 카레이싱
△분노의 질주(감독 롭 코헨)
지난 91년 개봉한 ‘폭풍속으로’라는 영화가 있었다. 청춘스타 키아누 리브스와 패트릭 스웨이지가 주연을 맡았던 이 영화는 서핑에 미친 은행털이범과 이들을 뒤쫓는 FBI수사관의 대결을 그리고 있다. 키아누 리브스는 은행강도단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서핑보드를 들고 적진으로 뛰어든다.
‘분노의 질주’는 주인공이 차량절도범들을 색출하기 위해 폭주족이 된다는 점에서 ‘폭풍속으로’와 상황설정이 흡사하다. 쉴 새 없이 귀청을 때리는 빠른 음악, 아찔한 카레이싱, 속도에 죽고 사는 청춘의 우정과 갈등을 버무려내 오락영화로는 그만.
자동차가 질주하는 대형트럭의 바퀴 사이를 들락거리고, 기차건널목 앞에서 벌이는 드래그 레이스(정해진 거리 안에서 승부를 내는 경주)는 짜릿한 속도감을 만끽하게 한다. 미쓰비시 이클립스, 마즈다 RX-7, 도요타 수프라 등 인기 튜닝카들을 챙겨보는 재미도 제법 쏠쏠하다. ‘삼나무에 내리는 숲’에 출연했던 한국계 배우 릭윤이 중국계 폭주족으로 등장한다. 15세이상 관람가
어느날 갑자기 공주가 된다면…
△프린세스 다이어리(감독 게리 마샬)
줄리아 로버츠를 하루아침에 스타로 만들었던 ‘귀여운 여인’의 하이틴버전. 역시 ‘귀여운 여인’을 연출한 게리 마샬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평범한 여고생인 미아는 연락을 끊고 살았던 할머니를 만나 자신이 유럽의 작은 나라 제노비아의 공주이고 앞으로 그 곳을 통치해야 한다는 믿기지 않는 사실을 전해 듣는다.
미아는 왕위 계승을 요구하는 할머니에게 반발하지만, 공주되기 수업에 돌입한다. 소녀라면 누구나 꿈꿔봤음직한 ‘공주가 되고 싶은 욕망’을 내세운 만큼 화사하고 명랑하다.
뮤지컬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1965년작)에서 가정교사 마리아로 청순함을 과시했던 여배우 줄리 앤드류스가 왕비로 나온다. 연소자 관람가
할리우드의 빗나간 상혼 조롱하기
△아메리칸 스윗하트(감독 존 로스)
‘시간을 넘어서’라는 영화를 찍던 할리우드 최고 스타커플인 그웬과 에디는 별거중이다, 그웬이 바람을 피웠기 때문. 망하기 일보 직전의 제작자는 홍보전문가 리에게 초호화판 시사회를 열어 이들을 재결합시키라고 한다.
시사회는 성황을 이루고 두 배우는 다시 ‘미국의 연인’으로 돌아온 것처럼 다정하게 포즈를 취하고, 손에 이혼서류를 쥐고 있으면서 억지 미소를 짓는다.
‘아메리칸 스윗하트’ 는 시사회를 둘러싼 해프닝을 통해 오직 흥행과 자신의 인기에만 골몰하는 헐리우드 사람들을 명쾌하고 유쾌하게 조롱한다.
줄리아 로버츠를 비롯해 캐서린 제타 존스, 빌리 크리스탈, 존 쿠삭 등 캐스팅은 초호화판. 감독 자신이 1990년부터 10여년 동안 20세기폭스와 월트디즈니 등의 영화사를 이끌었던 탓에 헐리우드에 대한 풍자와 조롱이 더욱 신랄하다. 15세이상 관람가
‘나랑 한달만 살면 인생이 바뀔꺼야’
△스위트 노벰버(감독 팻 오코너)
잘 나가는 광고회사 간부 넬슨(키아누 리브스)는 일분일초도 헛되게 쓰지 않는 완벽주의자.
반면 새러(샤를리즈 테론)는 친구들과 농담 따먹기, 개 산책시키기를 즐기는 자유연애주의다. 어느날 새러는 넬슨에 “일과 출세 밖에 모르는 네 인생은 껍데기다. 나랑 11월 한 달만 동거하면 네 인생을 바꿔주겠다”고 제안한다. ‘미친 여자’라고 욕하던 넬슨은 갑작스럽게 회사에서 해고당하자 새러를 찾게 된다. 이들은 한달간의 동거에 들어간다.
일중독증에 걸린 남성과 매달 남자를 바꿔가며 사귀는 여성의 사랑을 그린 멜로 영화다. 초반엔 넬슨이 진정한 삶과 사랑을 배워가는 과정을 그렸다면 후반부는 넬슨과 새러의 순애보에 초점이 맞춰진다. 불치병에 걸려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새러는 동정받기 싫어 ‘한달간의 사랑’만을 원했다는 설정이 재밌다. 같은 제목의 1968년 작품을 리메이크했다. 15세이상 관람가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