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전시전을 돌아보며 떠오르는 물음 한가지. ‘무슨 글씨첸가?’‘어떤 필법으로 쓰길래 저런 획이 나올까?’
일반인은 물론 서예인들도 저명한 서예가들이 쓰는 서(書)와 법(法)에 대해 궁금하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서예가들의 창작현장을 들여다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런 호기심을 풀어보고 서예의 바른 법을 알아보는 자리가 마련된다. 6일부터 열리는 2001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의 ‘만법귀일(萬法歸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서예가 20인의 휘호 장면을 영상에 담아 상영하는 영상서예전이다.
서예사와 서체론에 따라 붓을 운용하는 정통 필법을 소개하는 자리로 국내 서단에서는 처음 시도된 작업. 일부 서예인들이 자신의 작업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려놓는 경우는 있지만 각 서체에서 내로라하는 서예인들을 하나로 모은 영상서예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이나 일본 등 동양서예 문화권에서도 초유의 일이다.
필법이 개인의 전유물이 아닌 계파와 문하, 그리고 서체를 가르지 않고 모든 서예인들이 공유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정통서법의 공유화는 보다 정확하고 근거있는 평론을 촉발하는 동시에 한국서예가 한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된다는 것이 비엔날레조직위의 설명.
러닝타임 3시간 분량의 이 영상서예에는 해당서체에서 일가를 이룬 역량있는 서예가 스무명이 정통적 필법을 선보인다. 한글에 김단희(판본) 김진희(궁체) 최민렬(서간), 전서는 진영근(대전) 김기동(소전), 예서는 정도준(팔분) 박원규(목간), 해서는 여원구(육조) 선주선(구체) 양진니(안체), 행서는 양진니 조수호, 초서는 정주상 변요인, 현대서예는 김태정, 전각은 조수현, 문인화는 민이식(매) 박종회(란) 조문희(국) 정연교(죽) 등.
여기에 비엔날레 상임조직위원이자 서예평론가인 김병기교수(전북대)가 기획부터 대본, 해설, 편집까지 전과정을 도맡았다.
김교수는 “28시간의 촬영분량을 3시간으로 압축했지만 스무명의 필법을 통해 서예사와 서체론을 알기 쉽게 정리했다”며 “서예의 정통성을 이미 상실한 중국이나 일본에서도 큰 관심을 가질 정도로 이번 작업은 정통 필법을 충분히 담아 있다”고 소개했다.
서예가 스무명의 혼과 땀이 배인 영상서예 ‘만법귀일’은 비엔날레 기간동안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전시실에 마련된 ‘천인천자문’앞 코너에서 대형 스크린을 통해 만날 수 있다.
-비디오로 보는 '만법귀일'
2001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에서 선보이는 영상서예전 ‘만법귀일’은 비디오테입으로 제작돼 판매된다. 일반인은 물론 서예인들이 정통 서법을 쉽게 접하고 공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정통서법의 공유화를 통해 한국서예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려는 비엔날레 조직위의 숨은 뜻이 담겨있다.
VHS테입 2개에 담긴 ‘만법귀일’은 3시간 분량. 2001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가 열리는 6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에서 판매된다.(1본 3만원)
비엔날레 조직위가 한국서예 활성화를 위해 서예를 서방(書房) 밖으로 끌어낸 문화상품인 셈이다.
만법귀일은 중국과 일본에서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영상서예의 기획부터 편집까지 일인다역을 한 김병기 교수(전북대)는 이들 나라에서 요청이 있을 경우 중국어판이나 일본어판을 제작, 판매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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