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마다 입맛이 가지각색이듯 좋아하는 음악도 색깔이 다를 수 밖에 없다. 10대들이 즐기는 랩은 부모들에게 생소하고 성년층이 즐기는 트로트는 아이들이 외면한다. 그래서 한가족이 우리 소리나 음악을 듣기 위해 공연장을 함께 찾기란 매우 드문 일.
하지만 2001전주세계소리축제는 우리 소리와 세계음악의 향연답게 가족 단위 또는 부부, 연인들에게 유혹하는 프로그램이 많다.
결실의 계절, 가을과 함께 어우러지는 풍성한 음악을 들으며 가족간의 돈독한 정이라는 열심을 한바구니 가득 따보는 것은 어떨까.
△온가족이 손잡고 오세요
축제의 기본은 어른 아이, 여자 남자 가릴 것 없이 참여하고 흥겨움에 빠져야 한다는 것. 소리축제에도 초등학생부터 꼬부랑 할머니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가득하다. 축제광장콘서트와 데일리퍼레이드, 테마소리투어, 라이프마스크.
축제광장콘서트는 14일부터 20일까지 전주시청앞 노송광장에 마련된다. 매일 저녁 6시 30분부터 우리 소리와 세계의 음악이 다양하게 얼굴을 내민다. 국내 음악인이나 단체는 이광수의 비나리를 비롯해 풍물판굿과 사물놀이, 노래를 찾는 사람들, 포크가수 박성환, 안치환과 자유, 색스폰 연주자 강태환, 신관웅 빅밴드 등. 신명난 우리소리부터 재즈, 그리고 감미로운 가요까지 다양하다.
외국 공연단체들도 온가족의 눈길을 붙잡는다. 지난해 춘천인형극제에서 주목받았던 헝가리의 ‘마스카라스’와 호주의 재즈 피아노 트리오 ‘조 친다모 트리오’, 일본 우타고에 합창단, 말리의 타악그룹 ‘와키나마’등이 이색적이고 흥겨운 음악을 선사한다.
데일리퍼레이드는 축제광장콘서트에 앞서 열리는 거리축제로 볼거리가 다양하다. 오후 5시 객사를 출발, 한시간에 걸쳐 시내 구석구석을 돈 뒤 축제광장에 도착하면 막을 내린다. 브라스밴드와 설장고, 재즈밴드, 락밴드, 에콰도르 민속음악 등 매일 다른 주제와 독특한 아이템으로 신선함과 재미를 주며 축제의 흥을 돋운다.
테마소리투어는 가족 모두가 여행속에서 우리 소리의 문화를 체험하고 소리축제 공연도 보는 ‘일석이조’프로그램. 19일부터 21일까지 매일 서울을 출발, 남원의 판소리와 임실필봉농악·정읍우도농악 등 도내 각지역의 특화된 소리의 원류를 찾아 체험하며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진 삶속의 예술을 느낄 수 있다. 참가비용은 12만원.
라이프 마스크는 소리축제 뿐아니라 2002월드컵에 참여한다는 두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14일부터 20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국제회의장 로비에서 열리는 이 프로그램은 하루 10명씩만 한지로 석고를 떠낸다. 전통 한지로 만든 마스크는 내년 월드컵이 열리는 개최도시에 전시된다.
△부부끼리 느긋하게 즐겨요
시끌 벅적한 축제의 도가니에서 빠져 나와 오랜만에 부부가 단 둘만의 시간을 내서 호젓함에 빠질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다. 옛가락에 젖어 들 격조있는 소리마당, ‘남도의 풍류’와 판소리 ‘다섯바탕과 산조’, 그리고 ‘창극 흥보가’.
남도의 풍류는 우리 고유의 맛과 멋을 격조 있게 음미할 수있는 자리. 14일부터 20일까지 매일 낮 12시부터 전통한식당 행원에서 한정식의 풍요로움과 감칠맛을 접한 뒤 전주향교 명륜당에서 전통차와 어우러진 우리 소리로 여행할 수 있다. 안숙선 성우향 김일구 이일주 등 명창들이 무대를 꽉 채운다.
나이 지긋한 노부부뿐 아니라 외국인들에게도 적격.
판소리 다섯바탕과 산조는 13일부터 17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명인홀에서 열린다. 입장료 1만원이면 걸쭉한 판소리와 통통튀는 산조가락에 몸을 실어 흥을 돋울 수 있다. 우리 소리문화의 맥을 잇고 있는 전북의 명창과 젊은 소리꾼을 만날 수 있는 무대.
창극 흥보가는 14일과 15일 오후 7시30분 전북대 문화관에서 두차례 공연된다. 국립 창극단이 온고을에서 초연하는 무대. 해학성이 돋보이는 흥보가를 창극화, 소리에 익숙치 않은 관객들도 재미에 흠뻑 빠질 수 있다. S석이 2만원이지만 노인들은 5천원이어서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것이 장점.
△젊은 연인들, 여기예요
데이트도 즐기며 공연도 보고 싶지만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젊은 연인들이나 차가 없는 ‘뚜벅이족’들에게 어울리는 공연도 있다.
자유참가공연은 객사 야외무대와 전북대 구정문앞, 전북예술회관, 전주대 강당 등에서 다채롭게 열린다. 모두 무료다. 그러나 공짜라고 해서 프로그램 내용이 부실하다고 생각하고 발걸음을 재촉하지 않으면 큰 코(?) 다친다. 축제에 공식 초청된 해외공연팀을 비롯해 황토 등 도내 극단, 언더그라운드 락그룹 등 72개 단체가 참여한다. 장르도 국악을 비롯해 합창, 무용, 뮤지컬, 마임, 퍼포먼스, 재즈, 락음악 등 다양하다.
‘스윙 앤 그루브’는 재즈에 물든 저녁식사와 가벼운 술 한잔을 음미할 수 있는 라이브 무대. 14일부터 19일까지 전주시 평화동 화이트힐에 마련된다. 국내 최고의 색스폰 연주자 이정식과 에시드 레인, 스웨덴 출신의 기타리스트 울프 바케니우스, 재즈 보컬리스트 웅산, 유성희, 한국적 재즈를 추구하는 프리즘, 강태환, 웨이브 등이 재즈의 세계로 안내한다. S석은 3만원, A석은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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