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탄한 길이라고 놀랄 일이 없으랴
坦途還有駭機伏, 幽室那無上帝臨.
탄도환유해기복, 유실나무상제임.
평탄한 길에도 놀랄만한 기미가 숨어 있고, 깊은 방안이라고 해서 하늘이 굽어보지 않으랴.
조선 시대 말기 시국이 혼란하자 우리 전라북도 부안의 계화도로 은거하여 수천 명의 제자를 길러낸 조선 말기 최고의 유학자인 艮齋(간재) 田愚(전우) 선생의 〈戒愼(계신)〉시의 처음 두 구절이다.
평탄한 길을 가면서도 위험이 있을 수 있음을 늘 경계하고 혼자만이 생활하는 깊숙한 방에도 항상 하느님의 감시(?)가 있는 것으로 의식하여 늘 삼가고 절제하는 생활을 했던 간제 선생의 수신을 향한 노력과 그러한 노력으로 닦은 인품의 경지를 짐작하게 하는 시이다.
이처럼 절제하고 조심하며 한치의 부끄러움도 없이 살려고 했던 선인들에 비해 오늘날 우리는 너무나 함부로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늘에 대한 부끄러움은 그만두고라도 '부모님이 나의 생활을 보시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라도 한번쯤 해보았으면 좋겠다.
누군가가 몰래 나의 하루 생활을 촬영하여 부모님께 보여 드린다고 한다면 과연 나는 떳떳할 수 있을 까?
坦: 평탄할 탄 途: 길 도 駭: 놀랄 해 機: 기회 기 伏: 엎드릴 복 幽: 깊숙할 유 室: 집 실 那: 어찌 나 臨: 다다를 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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