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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보는 소리세상 - 우리소리의 맥박 '소리. 그 생명'

 



밤의 정취가 유난히도 아름다웠던 17일 밤. 어둠에 뒤섞인 고고한 달빛보다 더 아름다운 음악이 있었다. 17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열린 ‘소리, 그 생명’. 예술가들의 새로운 창작물과 처음 만날 때,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기 쉽지 않다. 작품에 흐르는 화두는 생로병사(生老病死).

 

적막 속에서 큰 울음으로 신생의 별 하나가 찬란한 은하를 펼쳐낸다. 향기를 터트리며 들꽃도 피어난다. 조롱박으로 쌀을 쏟는 소리에 구름이 인다. 길고 긴 터널을 지나 그대에 이르는 길은 찬란한 불꽃으로 타는 순간이다. 그들의 ‘생’은 이렇게 시작된다.

 

이윽고 한바탕 굿판을 벌이다가 살며시 빠져나와 기린봉 능선을 올라간다. 붉은 목의 향기가 진동한다. 하늘 백성들의 함성과 용솟음, 그리움이 삶의 진동으로 들녘 징소리를 들려준다. 노을 고운 하늘소리가 된다. 모듬북에서 나오는 음색의 조화는 시종 시선을 끌고 울림이 깊은 ‘공’은 놀라고도 잔잔하게 마음에 어린다.

 

지나간 세월을 더듬어 보는 마음. 목매기 풀을 뜯는 고향으로 보리피리를 불며 가는 길목 어귀, 기나긴 세월 소리쳐 부르면 바람은 풀잎을 따라 흐느끼고 있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길. 가는 곳이 어디냐 하늘 높아 구천이냐. 그것을 알 수 없는 오늘밤이 두렵구나. 바람아 바람아 빈손으로 서걱대는 바람아. 창자의 소리또한 애달프다. ‘이승에서 맺은 인연 저승에서 꽃으로 피우자꾸나, 어허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이윽고 ‘공’의 잔향(殘響)으로 마무리된다. 듣는 이 모두 눈을 감는다.

 

이제 밤은 밝음이요, 더욱 선명한 울림이 된다.

 

                                                                         / 최기우(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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