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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축제 되짚기] 2. 프로그램



소리축제 프로그램을 이야기 하기 전에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하나는 전주 소리의 역사다. 전주 소리는 전라도 땅의 역사와 맥을 함께 한다. 그 대표적인 것이 판소리. 이 땅에 발붙이고 살아온 민중들의 삶의 체험이 고스란히 반영된 정서적인 결집체이자 땅과 사람들의 역사인 셈이다.

 

전주는 독창적인 소리를 갖고 있지 않지만 전라도의 중심지로 그 소리를 키워낸 판으로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두번째는 소리축제의 태생적 의미다. 맛과 멋과 풍류의 고장임을 늘 자긍심으로 갖고 있는 전북도민들은 ‘예향’의 전통을 지키고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오랫동안 고민해 왔다.

 

그래서 나온 것이 우리 소리였고 그것을 지켜나가야 하는 동시에 세계로 알리는 장, 축제로 승화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고조됐다. 그후 지역민들은 소리축제의 중심에 무엇이 서야하고 어떤 내용으로 채울 것인가를 논의하고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오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소리축제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고 도민의 삶과 정서가 녹아있음은 자명하다.

 

이렇듯 소리축제는 오늘의 판소리로 대표되는 전주의 소리 역사를 찾기 위한 시작이자 예술을 사랑하고 소리와 풍류를 즐겨온 지역민의 삶과 정서를 표출하는, 그래서 가능하다면 세계적인 문화자원으로 승화시켜보자는 소박하고도 소중한 염원을 담고 있다.

 

두가지 큰 줄기를 자양분으로 태어났던 2001전주세계소리축제가 21일 막을 내렸다. 그러나 아흐레동안 보여준 프로그램들은 전주가 아닌, 어느 곳에서도 열려도 무방했을 만큼 우리 소리가 중심에 서지 못했다.

 

‘소리사랑 온누리에’를 주제로 공식프로그램만 89개, 특별공연과 자유참가 등을 포함하면 2백회가 넘는 잔치상은 다양함과 풍성함을 보여줬지만 정작 소리축제의 정체성을 담아내지 못한 까닭이다.

 

전주의 소리가 중심에서 서서 세계의 음악이 어우러져야 하는데도 프로그램을 잡화점식으로 나열하기 급급, 정작 소리의 고장에서 열리는 소리축제에서 우리 소리가 소외되는 웃지 못한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다양성을 앞세운 조직위의 기획력은 우리 소리를 전통계승하고 세계에 알리려는 작지만 소중한 지역민의 정서와는 괴리를 보인 결정판이라 할수 있다.

 

이처럼 소리축제를 ‘알맹이 없는 빈 껍질’로 만든 근본적인 원인은 축의 판을 짠 강준혁 예술총감독의 소리축제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 틀이 지역정서와 판이한데 있다고 볼 수 있다.

 

강감독이 ‘소리축제가 왜 전주에서 열려야 하는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성찰, 그리고 지역정서를 파악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프로그램을 기획했고 추진했다는 지적이다.

 

강감독은 폐막공연이후 “이번 축제에서 공연의 절반이 우리의 전통소리로 차지했는데 앞으로도 계속 우리 소리를 절대적으로 유지한다는 것이 과연 옳은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이는 소리가 소리축제의 중심으로 우뚝 서야한다는 지역 정서와는 다른 해석이라고 볼 수 있다.

 

축제 프로그램을 질이 아닌 비율로 따져 우리 소리와 새로운 문화, 세계음악을 ‘5:5’‘6:4’로 나눌 수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는 지적이다. 특히 축제에 대표선수가 없는 갖가지 프로그램을 나열, 한번 치르면 그만인 이벤트성으로 전락시킨 것은 소리축제가 전주에서 열리는 이유에 대해 전혀 설득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한국음악과 세계음악이 만나는 이벤트성 소리축제는 전주가 아닌 서울, 부산, 광주 등 어느 도시에서건 열려도 상관없다는 의미나 마찬가지다.

 

소리축제의 내용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조직위의 예술총감독과 지역정서가 우리소리에 대한 인식이 서로 다르다면 방법은 두가지다. 둘 중 하나가 인식을 전환하든지 결별해야 하는 것이 소리축제의 정체성 확립과 자타가 공인하는 문화기획자 1세대라는 강감독의 명예가 훼손되지 않는 ‘윈-윈전략’이다.

 

조직위에서는 이번 축제의 성과를 전주향교와 전주시청앞 축제광장 같은 새로운 공연장을 만들어냈고 ‘축제속의 축제’라고 할 수 있는 어린이소리축제를 통해 고사리손들이 내일의 축제주인공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라고 꼽고 있다.

 

일부 내용면에서 설사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할 수 있을 지라도 우리소리의 정체성을 부각시키는데는 실패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지나친 다양함속에 정작 우리소리의 독창성이 묻혀버린 까닭이다.

 

이제 시작이다. 오늘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전주에서 피어난 우리 소리의 생명력을 맘껏 발산하고 세계로 알릴 수 있는 축제로 거듭나야 한다. 소리축제가 이벤트성에 그치지 않고 전주소리의 역사와 지역정서를 담은 축제 다운 축제가 될 수 있도록 내용과 기획을 보완하는 것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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