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세계소리축제가 막을 내린 뒤 이어지는 다양한 평가의 중심은 대체로 컨셉과 운영에 관한 것들이다. 컨셉과 운영의 효율성은 조직의 구조가 얼마나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이루어졌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축제를 이끌어가는 주체로서의 조직체계는 행사의 성공을 열어가는데 가장 중요한 변수랄 수 있다. 그런점에서 전주세계소리축제의 조직체계는 앞으로 소리축제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해결해야할 가장 우선되는 과제다.
조직 이원화체제, 그 허와 실
이번 소리축제는 ‘하드웨어’와 ‘콘텐츠’, 다시말하자면 사무국과 기획국의 이원체제로 꾸려졌다.
소리축제의 그릇인 재정 및 행정지원은 박성일사무총장을 중심으로한 사무국이 맡았고, 그릇에 담을 ‘콘텐츠’는 강준혁예술총감독을 중심으로 한 기획국이 전담했다.
구성도 판이하게 달랐다. 사무국이 대부분 전북도의 파견 공무원이 주를 이루었던데 반해 기획국은 전문가 집단을 내세우는 외인부대로 이루어졌다. 이른바 강준혁예술총감독의 개인적 인맥으로 총출동한 ‘용병대’였던 셈이다.
당초 의도는 보다 효율적인 운영을 위한 이원체제였겠지만 실제로 드러난 결과는 전혀 달랐다.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이 훨씬 부각되었던 때문이다. 축제를 120여일 남겨두고 불거졌던 기획국 소속직원들의 총사표파동을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축제기간중 이원체제가 가져온 역기능은 적지 않았다.
형식적으로만 보자면 오히려 바람직할수도 있는 이원화체제가 왜 이렇게 심각한 역기능을 가져왔는가에 대해서는 해석이 분분하지만 전문가들은 구성인력의 성격에 원인이 있다고 진단한다. 한쪽은 파견공무원이, 또 한쪽은 개인 인맥으로 구성된 집단이 주도하고 있는 환경에서 갈등구조는 이미 예견되었다는 것이다.
기획 따로, 운영 따로의 환경이 가져온 결과는 예상보다도 훨씬 더 심각한 후유증을 남긴 셈이다. 사무국과 기획국간 정보나 의견이 공유되지 않은 탓에 업무가 효율적이지 못했고, 서로의 불신만 키웠다는 한 관계자의 자평은 시사하는바가 크다.
지역 인프라구축 실패
더욱 심각한 문제는 가뜩이나 지역의 문화인력 양성이 시급한 상황에서 지역 인력을 거의 배제한 ‘외인부대’, 그것도 개인적 인맥에 의해 일방적으로 조직된 집단이 운영의 전반적인 과정을 꾸렸다는 것이다.
음악평론가 이장직씨(중앙일보 음악전문기자)는 “굳이 외국단체를 초청하지 않더라도 아이디어와 뚜렷한 기획의도만 있으면 국내 연주단체 음악인들로도 얼마든지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면서 “축제 진행을, 이벤트를 치러주고 수고비를 받는 것쯤으로 여긴다면 파행적으로 양산되는 다른 축제와 다를바가 없지 않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원화체제로 이루어지면서 야기된 문제는 공연계약 과정에서도 불거졌다. 실제로 공연계약은 기획국이 직접 섭외해 실질적인 계약을 마무리했지만 절차상의 계약은 쫒기는 소리축제를 불과 20여일 앞둔 시점에서야 2백여건에 이르는 내용을 조직위 사무국에 일괄적으로 승인토록 통보, 이루어질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졸속계약이 불가피했던 셈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치명적인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재즈부문의 경우, A기획사가 스윙앤그루브 공연과 플랜테이션싱어즈계약을 재위탁받는 형식으로 진행하면서 공연단체 바꿔치기와 플랜테이션싱어즈 지각공연을 잇따라 빚어낸 것은 그 단적인 예다.
올해 축제의 예산은 43억5천만원. 문제는 예산의 규모이기 보다는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여졌느냐는 것. 이점에서도 소리축제는 선뜻 자유롭지 못하다. 이 역시 조직위의 합리적이지 못한 구조로부터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이 높다.
축제예산의 최대지출은 공연비. 16억8천여만원이 쓰여졌다. 공연단체 가운데는 뮌헨비아노바합창단의 출연료(항공료 및 제반경비 포함)가 가장 높았고, 국내공연단체로는 윤이상스페셜무대를 장식한 창원시향이 가장 높은 대우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타지역공연단체의 출연료에 비해 도내 공연단체의 출연료가 턱없이 낮게 책정돼 형평성을 잃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고 전체적으로는 예산이 효율적으로 운용되지 못했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소리축제의 가능성 확인 성과
제1회 소리축제는 끝이 났다. 문제가 적지 않았지만 성과도 적지 않다. 그중에서도 우리의 문화적자산이 경제적가치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 소중하고, 지역문화인프라가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확신을 얻어낸 것은 가장 큰 성과다. 이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얻어낸 소리축제의 가능성을 어떻게 열어가느냐하는 문제. 그 방법은 이제 선택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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