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의 맨 처음 소리꾼은 누구였을까? 판소리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가져보았을 법한 의문이다. 판소리가 우리 민족의 시작부터 있었던 것이 아니고 중간에 생겨난 것이라면, 맨 처음 판소리를 부른 사람이 틀림없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런 생각이 논리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슨 재주로 맨 처음 판소리를 부른 사람을 알아낼 수 있겠는가.
정노식은 ‘조선창극사’에서 하한담과 최선달(충청도 홍성 출신)이 광대의 효시라고 하였다. 무슨 다른 증거가 있어서 그렇게 말한 것이 아니고, 일제시대 오명창 중의 한 사람이었던 전도성으로부터 들었다고 하였다.
전도성이 어렸을 적, 선배 광대들이 판소리를 마치고 마지막에 역대 광대들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는 ‘소리풀이’를 들었는데, 거기서 하한담과 최선달을 제일 먼저 호명하는 것을 여러 차례 들었다는 것이다. 최선달은 충청도 사람이라고 하지만, 구체적인 사항은 알려진 게 전혀 없다.
하한담은 다행히도 ‘갑신완문’이라는 문서에 하은담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하한담이 하은담과 동일인이라면, 갑신완문이 1824년 순조 4년에 된 것이므로, 하한담은 이 무렵 사람이다.
그런데 이보다 70년이나 앞선 1754년에 만화본 춘향가가 지어졌다. 그런데 이 춘향가는 타령을 듣고 썼다고 작자인 유진한이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하은담보다 이미 70년 전에 판소리를 부른 사람이 존재했다는 것이 된다. 당연히 하은담이나 최선달은 판소리 최초의 소리꾼은 아닌 것이다.
그러면 이들은 누구일까? 판소리를 처음으로 불렀던 사람이기보다는 판소리로 이름을 날렸던 최초의 인물로 보는 것이 어떨까?
처음에 판소리를 부른 사람들은 그것으로 별다른 이름을 얻지 못하였으나, 판소리가 차차 예술적으로 세련되고, 이에 따라 판소리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이름을 얻는 사람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그 때 처음으로 이름을 얻은 사람이 하은담이나 최선달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사람을 시조라고 한다고 해서 크게 잘못될 것도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 최동현 (군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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