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 지하 주차장에서는 4일 의미있는 전시회가 하나 시작됐다. 오는 20일까지 이어지는 한국시각장애인예술협회 주최 '우리들의 눈'전이 그것이다(11월 29일자 연합뉴스 참조).
이 전시에는 국내외 시각장애인의 작품 63점이 출품됐다. 분야가 평면과 입체를 망라하고 있어 여느 전시회와 다름없이 알차다. 주최측은 한국, 영국, 일본 등 3국 시각장애인이 이렇게 근사한 자리를 마련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라고 들려준다.
1997년 창설된 시각장애인예술협회는 이듬해부터 '우리들의 눈'전을 개최해 이번으로 세번째를 맞는다. 시각장애인도 일반 사람과 똑같은 표현욕구와 창작의지가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전시의 영문명칭 'Another Way of Seeing'은 전시 취지를 잘 말해준다.
첫 전시회가 열린 98년에는 한국과 일본 장애인들이 참여했고, 98년에는 한국만이 전시장을 꾸몄다. 그리고 이번에는 시각장애인들에 대한 배려에서 단연 선진국인 영국을 초대해 내용이 더욱 풍요로워졌다.
사실 시각장애인의 예술성은 나라마다 차이가 난다. 이는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 및 처우와 직접 관련이 있다. 영국은 일반인의 정규교육과 차등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이고, 일본도 한국보다는 몇 발짝 앞서가고 있다.
작품 수준으로 이를 가늠해보자. 장애인 미술교육을 실시한 지 20년이 넘은 영국은 시각장애인이 예술의 전 장르에서 일반인과 함께 어울린다. 조너선 헉슬리 등 전문예술인으로 활동하는 장애인도 적지 않다. 13년 역사의 일본은 구상을 넘어 추상의 단계로 발전해가고 있으며 시각장애인 전용전시공간인 톰갤러리 등을 이미 개관했다.
반면 한국은 물체의 형상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 초보단계라고 할 수 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미술교육시설이 따로 없는 가운데 3년 전부터 일반작가들이 시각장애인특수학교 등에서 가르치는 정도. 이번 출품자는 이런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다.
눈을 잃은 시각장애인들은 손으로 세상을 보려 한다. 대상을 만짐으로써 그 상태와 의미를 파악하려 하는 것이다. 전시작 가운데 테라코타 작품이 많은 것은 이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보는 방법이 다를 뿐 표현하려는 세계는 일반인과 같다는 얘기다.
전시를 기획한 이은주 시각장애인예술협회 총무는 '오히려 일반인이 눈으로 받아들이는 선입견의 벽에 부딪히기 쉬운 반면 시각장애인들은 통찰력을 바탕으로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 뒤 재구성하는 특징이 있다'며 '장애와 비장애의 소통의 공간을 넓히기 위해 이번 전시를 마련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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