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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문화예술 결산] 4. 국악



여느해보다 다사다난했던 올해 전북국악계의 코드는 ‘도립국악원’의 민간위탁을 둘러싼 분쟁과 ‘전주세계소리축제’였다.

 

올상반기 민간위탁방식을 놓고 전북도와 첨예하게 대립했던 도립국악원 예술단은 신분상의 불안과 전북국악의 자존심을 되찾겠다는 명분으로 국악원노조를 설립하는 등 아슬한 외줄타기에 나섰다.

 

도립국악원사태는 한편으로는 국악계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민간위탁방식을 놓고 대립하던 과정에서 전북도 관계자가  ‘널려있는 게 예술단원이다’‘국악원을 해체한다’는 식의 상식이하의 언동을 일삼자  예술단원들이 ‘관기논쟁’의 불씨를 지피며 철야농성에 나섰고, 아직도 그 내홍의 앙금은 가셔지지 않고 있다.

 

10월에는 소리축제의 열기가 문화가를 휩쓸었다. 소리축제의 근간이 된 우리소리는 우리소리의 맥박 등을 앞세워 국악의 세계화를 조망하기도 했지만 소리를 백화점식으로 나열하는데 그친 소리축제는 정체성을 상실, 당초의 취지를 살려내지 못한 채 축제의 방향성에 대한 과제를 제기했다.

 

올해 국악계의 큰 사건중의 하나는 지난해부터 전주대사습놀이 학생전국대회의 주도권을 둘러싸고 지속되어오던 (주)문화방송과 (사)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의 갈등 표면화다. 올가을에 본격적으로 표출되면서 분쟁으로 이어진 이 싸움은 법적공방으로까지 치달을 위기에 처해 있다.  

 

갖가지 사건속에서도 전북국악계는 올한해동안 의미있는 무대를 풍성하게 열었다.

 

지난 2월, 남원시립국악단(단장 임이조)이 평양 봉화예술극장에서 가진 남북한 춘향전 합동공연이나 지난 3월 도립국악원 홍성덕예술감독이 이끄는 여성국극단 서라벌국악예술단의 금강산 관광단지의 온정리 문예회관 ‘황진이’공연은 남북문화교류의 새로운 성과로 꼽힐 수 있다. 

 

올해 국악무대에서 가장 주목을 모을만한 것은 자율성과 다양성을 화두로 삼은 제3회 전주산조예술제(10월4일∼7일)다.

 

‘산조, 새로운 시도와 다양한 접근을 위하여Ⅲ’을 주제로 한 이 축제는 창작판소리와 다른음악의 판소리화를 선보인 또랑깡대 컨테스트를 비롯해 축제의 마당을 새롭게 인식시키는 기획으로 현대 축제의 전형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우석대 심인택교수가 이끌고 있는 전주시립국악단과 전주국악실내악단은 각각 제1백회 공연과 창단 10주년을 맞아 전주만의 고유한 색깔을 형상화하는 작업을 진전시켰다.

 

판소리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시키기 위한 학술연구 작업도 활발하게 일었다. 전주와 남원에서 각각 열린 판소리를 주제로 한 전략적 방안과 세계화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한 학술심포지엄을 개최, 판소리의 예술성을 재조명하는 한편, 세계화의 이론적 토대를 다졌다.

 

꾸준한 발표무대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11월에는 도립국악원 김광복관현악단장이 관현악단 사물놀이팀과 함께 러시아를 방문, 러시아연방심포니오케스트라의 협연무대를 가져 관심을 모았다.

 

명창 등용도 활발했다. 전주대사습놀이에서 왕기철씨가, 임방울국악제에서는 김경호씨가, 보성판소리대회에서 이귀례씨가 각각 대통령상을 차지하면서 명창의 반열에 올랐다.

 

올해는 재능있는 유망주들의 완창발표회가 잇따라 열리면서 소리재목들의 발굴에 큰 기대를 안겨 주었다.

 

사건도 많았지만 그 어느해보다도 국악의 탄탄한 맥이 굵게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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