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다. 어머니께서는 두 달여를 새로 맞이할 아이들을 위한 기도를 시작하셨을 것이다. 담임이라는 품자리를 만드는 교사의 삶을 사는 딸아이를 위해 한 해도 거르시지 않는 기도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기도를 신앙의 대상이 다르고 시간이 다를 뿐 이 땅의 많은 어버이들이 한 해를 거르지 않고 새로운 만남을 가질 교사를 위한 기도를 하고 소망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 두 소망을 뒤로 한 걸음만 물러서 생각해보면 한 선이다.
십여 년 전에 따르릉 상담소 김남선 선생님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모든 아이들은 어머니의 자식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온 몸을 관통하는 전율이 흘렀다. 다음 날 학교에 가서 그 내용을 책상 위에 붙여 두었다.
그러나 바로 어떤 결과를 얻고 빨리 볼 수 있는 그림을 만들어 내고 싶어하는 현실 상황에서 아이들의 무한한 가능성들은 주저 앉는다. 교사의 권리와 교사의 의무가 혼돈스럽고,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오는 괴리감도 만만치 않다.
교사의 소신을 구속하고 교사를 불신하는 현실 속에서 "모든 아이들은 어머니의 자식이다"로 '자성-다짐-자성-다짐'하는 한 개인의 노력은 너무나 부족할 뿐이다. 새해에는 어디에서든 교사에 대한 믿음이 흐르는 바람을 갖는 것은 먼 이야기 일까?
참 좋은 선생님들이 주변에 많다. 삶을 나누고 만남을 만드는 학교란 공간에서 아이들의 무수한 꿈은 교사들을 꿈꾸게 한다. 아이들 숨결에 따라 같은 숨을 쉬며 부족하여 부끄럽고, 마음만큼 다하지 못하여 미안한 아름다운 교사들이다.
진실에 담긴 절절함은 뜨겁게 전달된다. 지난해 우리학교 홈페이지에 올린 어떤 선생님의 아이사랑에 대한 뜨거움은 우리 모두를 감동시켰었다, 아이들을 예민하게 느끼고 예민하게 아파하는 사랑은 가슴까지 멍멍했다.
뜨거움을 읽을 수 있는 교사들 역시 뜨거운 교사들이다. '모든 교사들은 자식의 어버이' 그래서 자식을 사랑하는 것이 신이 난 어버이들! 이런 교사들에게 믿음의 끈을 놓지 않고 힘이 실리는 일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작지만 인류를 다 덮을 만한 희망을 주는 나무와 숲같은 교사들이 되어야 하지 않은가?
학기 초면 내 아이의 장단점과 소망을 담아 담임 선생님께 편지를 썼다. 그리고 꼭 덧붙이는 말이 있다.
"교사로서 정성스런 마음을 기울여 노력하는 교사로 아이들에게 다가가려합니다. 동료교사로서 선생님께서도 내 아이를 사랑하고 그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시리란 믿음이 있기에 기쁨으로 내 아이의 행복한 일 년을 지켜보게 될 것입니다."
편지를 그렇게 매년 보내고 나면 나도 덩달아 행복해지고 마음이 든든해진다. 물론 어깨가 무거워지고 더 단단한 각오를 하게된다. 그런데 내 아이가 행복한 일 년을 보낸만큼 우리반 아이들에게 행복을 선사했을까? '자성-다짐-자성-다짐'.
/ 김영순 (정읍 호남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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