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꼭지만 틀면 값싼 물이 콸콸 쏟아지는 도시의 삶터에서 지구촌의 심각한 물부족현상을 실감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예로부터 물 좋기로 널리 알려진 우리나라도 유엔이 분류한 26개 물부족 국가군에 포함돼 수자원확보난을 눈앞에 두고 있고 오는 2025년이면 물기근 국가군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경고까지 받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수자원확보를 위해 그간 정부에서 추진해왔던 대형댐 건설 정책도 한계에 도달, 이제 ‘물 쓰듯’하던 물소비 습관을 개선하는 물절약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할 수밖에 없게됐다.
이와함께 최근에는 일본과 독일등 선진국에서 생활화 된 빗물활용 방안이 부각되고 있다. 빗물이야말로 부족한 수자원을 확보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는 것.
새해 일부 대학교수들을 중심으로 본격화되고 있는 빗물모으기운동을 소개한다.
◇ 빗물모으기 운동의 필요성
지구촌의 수자원가운데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담수는 2.6%에 불과하고 그중 곧바로 먹을 수 있는 물은 고작 0.0072%뿐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봄·가을엔 가뭄, 여름철에는 홍수로 이중의 물난리를 겪고 있는 현실이다. 한방울의 비가 아쉬워 기우제를 지낼 정도의 가뭄이 해소되고 나면 비가 너무 많이 쏟아져 막대한 수해를 입기 일쑤다.
증발하거나 바다로 흘러가버리는 빗물을 한가정에서 3백ℓ들이 용기로 받아 한해 20번정도만 활용하면 전국적으로 약 1억톤 이상의 상수도물을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이웃 일본의 사례처럼 집집마다 빗물탱크를 설치하는 것이 보편화된다면 환경파괴 없이 물을 저장하는 소규모 댐의 역할까지 기대할 수 있다. 또 아스팔트로 뒤덮인 도시에서 지하로 스며들지 못하고 하수도로 유입되는 빗물의 양을 줄여 하수처리비용을 감소시킬 수 있으며 화재와 단수등 긴급상황 발생때도 긴요하게 쓸 수 있다.
◇ 빗물활용 방법
건물 지붕에서 집수한 빗물은 저장용기를 통해 침전처리만으로 화장실 세정용수와 정원 살수·세차용등 각종 허드렛물로 유용하게 쓸 수 있다.
빗물에 황산과 질산등 대기오염 물질이 포함되는 산성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저장탱크에 초기우수 제거장치를 부착해서 사용하면 된다. 산성비는 초기강우에 오염물질이 집중되므로 처음 내리기 시작하는 2mm정도의 빗물을 자동적으로 저장용기 밖으로 빼내는 장치가 필요하다.
또 빗물은 증류수이기 때문에 모래여과와 자외선램프(UV램프) 살균과정을 거쳐 대기중 오염물질만 제거하면 도서지역에서 비상시 식수로도 사용할 수 있다.
빗물은 오래 저장해도 순수한 상태로 남아있게 되므로 악취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 관련 법규
우리나라는 지난 2000년 7월 환경부 고시로 수도법 개정안이 발표되면서 빗물이용시설 설치에 대한 규정이 도입됐다.
이에따라 지난해 3월 개정된 수도법 제11조의 3 제1항은 ‘종합운동장과 실내체육관등 지붕면적이 넓은 시설물중 대통령령이 정하는 시설물을 신축하고자 하는 자는 빗물이용시설을 설치·운영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제3항에서는 ‘국가및 지방자치단체는 빗물이용시설을 설치한 시설물의 소유자에 대해 그 시설의 설치비용을 지원할 수 있다’고 명문화했다.
◇ 빗물이용연구회
‘이제 우산을 거꾸로 들어봅시다’.
부족한 수자원 확보를 위해 대학교수들이 ‘빗물활용 생활화’를 주장, 인터넷 홈페이지(http://rainwater.snu.ac.kr)를 개설하고 빗물모으기 운동 확산에 나섰다.
서울대 한무영교수(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가 주축이 된 ‘빗물이용 연구회’.
지난해 5월 발족된 이후 전국 각 대학 교수와 환경부 공무원등 13명이 참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우석대 독고 석 교수(화학환경화공학부)와 서남대 곽동희·이재욱 교수가 전북지부를 출범시키고 범도민운동으로 확산시키기 위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독고 석 교수는 “지붕에서 흘러내리는 빗물을 탱크에 저장, 화장실 변기용과 세차·청소용등 허드렛물로 쓰기만해도 막대한 양의 수자원을 절약할 수 있다”며 “우리나라 실정에 적합한 저장용기를 개발, 도서지역에 우선 보급하고 지하저류시설도 설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구회는 외국의 사례를 알아보기 위해 국제빗물모으기 단체의 회장과 동남아 지부장등 외국전문가를 초청, 다음달 1일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빗물이용 지구사랑 실천을 위한 국제워크숍’을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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