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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전북문화 지형도 (2)



일이 벌어진 자리가 장면을 뜻하는 ‘판’. 옛날에는 장날 깔아놓은 멍석은 그 자체가 판이 되어 소리꾼이 나서면 소리판이요, 사물놀이패가 들어서면 풍물 한마당이 됐다.

 

그러나 문화가 산업이 되고 삶의 질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는 현대에는 멍석이 아닌 문화시설이 지역 문화지형도의 우열을 평가하는 잣대가 됐다.

 

예향의 명성에 걸맞는 우수한 문화컨텐츠를 가지고도 변변한 문화시설이 없다고 되뇌였던 전북인의 자괴감도 이 연장선상에 있었다.

 

늘어나는 지역문화공간

 

2002년은 쓸만한 지역문화공간이 없다는 항변이 사라지는 원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주시 전통문화시설을 비롯해 문화의 집, 그리고 각 자치단체의 박물관 등이 개관하기 때문. 지난해 개관한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이 대형 기획물을 지역민에게 선보이는 거점 문화공간이라면 이들 공간은 지역민과 밀착, 문화 향수를 자극하는 중·소 규모 문화공간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전주에서만 10개의 시설이 문을 연다. 전통문화특구내에 위치한 전통문화센터, 전통주조박물관, 한옥체험문화관, 문화상품전시·판매지원센터, 전통공예품전시관, 전통상가 등 6곳이 6월초까지 순차적으로 문을 열고 국립전주박물관 옆 시립박물관도 5월말이면 개관한다.

 

그리고 전주 효자·우아·아중 문화의집이 2월말부터 본격 운영된다. 여기에 익산 보석박물관도 올해 상반기 중으로 문을 열고 보석문화의 진수를 선보인다.

 

민간위탁, 그리고 사람문제

 

민선 자치 이후 문화시설에 대한 민간위탁이 전문성 제고를 위한 하나의 경향으로 자리하고 있다. 올해 개관하는 시설들도 민간위탁 대상이다.

 

지난해 6개 전통문화시설과 시립박물관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전주시는 12일까지 운영실행계획을 심사, 이달말까지는 각 시설에 대한 운영안과 예산을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문화의 집도 17일까지 민간위탁 대상자를 결정, 지역주민과 함께 호흡하는 문화공간을 만들 계획.

 

하지만 문제는 사람. 민간위탁의 목적달성을 위해서는 역량있는 문화인력을 필요로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데 있다. 전주시 전통상가의 경우 운영을 책임질 관장을 외부 공채했지만 응모한 두명이 자격미달, 재공고할 정도로 지역에서 쓸만한(?) 문화인력은 많지 않다.

 

무조건 지어놓고 보자는 문화행정보다는 문화인력 수급 불균형을 해소할 정책 입안이 올해 문화계의 과제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도내에서는 처음으로 문화저널이 탄탄한 이론 수업과 현장 실무체험을 중심으로 15주 과정의 문화기획아카데미를 신설, 지역 문화인프라구축에 어떤 영향을 줄 지도 관심을 모은다.

 

도립국악원 민간위탁 산고 예상 

 

임오년 새해를 분쟁과 갈등으로 열었던 전북의 국악계는 그 앞날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한 실정이다. 국악은 물론 전북의 지역문화를 상징하는 도립국악원이 지난연말 예술단원과 교수부, 학예연구실, 기획실의 상임위촉직원 1백18명 전원을 해촉하면서 기본적인 위상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도립국악원의 내홍이 전북의 국악발전에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문화계에서는 그동안 전북의 국악 전통이 일순간에 무너지는 계기가 될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따라서 지난해부터 불거진 도립국악원 민간위탁은 올해도 만만치 않은 산고를 겪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도는 앞으로 수개월내에 예술계, 학계, 시민단체 등 각계가 참여하는 ‘범도민국악발전위원회’를 구성, 국악원 정상운영을 위한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계획이지만 국악원사태를 원만히 해결하고 민간위탁의 효율성을 이어내기까지에는 산적한 과제가 적지 않다. 국악인들 뿐 아니라 지역문화계의 보다 적극적인 관심이 요구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화계에서는 국악원사태 해결 뿐 아니라 전북국악의 바람직한 발전을 위해 자발적인 조정기구가 신설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보다 적극적인 방향이 모색되지 못한다면 도립국악원의 자체적인 활동과 운영은 물론, 제2회 전주세계소리축제에도 악영향을 미칠것으로 보인다.

 

판소리 세계적 조명 기회

 

이와는 달리 올해 민족음악의 대표적인 유산인 판소리는 세계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판소리가 유네스코(UNESCO)의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걸작’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상반기로 예정된 유네스코(UNESCO)의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걸작’선정을 앞두고 문화재청과 전북도는 심포지엄과 자료수집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선정을 위한 준비작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문화재청 등 관계단체는 오는 6월 유네스코에 등록신청서를 제출할 때까지 판소리의 학술적가치를 인정받기 위한 다각적인 활동을 추진할 계획. 판소리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재입증하는 한편 무형문화유산의 관광자원화도 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백제문화권 정비 활기

 

올해는 백제문화권 문화유적 정비가 한층 활기를 띤다. 오는 2005년까지 계속되는 이번 사업은 올해 미륵사복원은 물론 입점리고분 전시관 정비, 왕궁리유적 전시관 건립, 익산쌍릉 발굴조사, 미륵산성 성벽정비 등을 추진한다.

 

전북도는 이와함께 오는 5월까지 미륵사지유물전시관 특별전시실을 확장, 사회교육의 공간을 활용할 계획.

 

오는 2004년까지 계속되는 미륵사지석탑 해체 및 복원의 경우 올해는 석탑해체 및 평면실측에 나선다.

 

  / 정진우.임용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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