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도 4학년을 담임하였을 때의 일이다. 어느날 안경 문제로 이환이의 엄마와 전화 통화를 하였다. 전화 통화를 하는 도중에 작년에는 일기 지도를 하다가 선생님도 엄마도 지쳐서 일기쓰기를 면제해주었는데 올해는 일기를 스스로 쓰게 되었다며 감사해 하였다.
그리고는 아들이 모아 둔 사탕을 하나 먹었다가 혼이 났다는 것이다. 마음 공부 일기를 쓰고 받아온 사탕이나 초콜릿, 캬라멜 등을 먹지 않고 전부 모아 방학 전에 목거리를 만들어서 선생님께 드릴 것인데 먹었다고 화를 내었다는 것이다.
어느 날 아침, 분명히 제자리에 앉아 있던 이환이가 보이지 않았다. 전처럼 컴퓨터실에 가서 오락에 빠져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는 '이 녀석 오기만 해 봐라'고는 단단히 벼르고 있었다. 얼마 후에 보니 이환이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앉아 있었다. 분명 컴퓨터실에서 오락을 한 것은 아니었다.
"이환아, 너 어디 갔다왔어? 그리고 왜 땀을 뻘뻘 흐리고 있어?" 라고 물으니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수업을 시작하려고 주위를 정리하다 보니 O H P 위에 사탕 목거리가 놓여있었다. 어제 밤 만든 사탕 목걸이를 잊고 온 것이 생각나서 급히 집에 가서 가져왔던 모양이다.
마음을 챙기지 못했다고 매일 친구들에게 구박받고 "정·신·차·려! 김·이·환!"을 외치며 나에게 매일 손바닥을 맞으면서 생활하는 이환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선생님, 이환이가 건들어요! 이환이가 때렸어요!"라는 말을 듣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로 나와 반 아이들을 힘들게 하는 이환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만 하는 이환이!
그 일에 실증이 나면 공부 시간에도 돌아다니던 이환이!
그러면서도 책읽기를 너무너무 좋아하던 이환이, 보통 사람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이환이! 3학년 담임 선생님이 "이환이가 열 사람 몫을 할겁니다. 교육 경력 25년 동안 그토록 힘든 아이는 처음 이었습니다."라고 말해 주던 이환이!
반 아이들에게 마음공부를 처음 가르치던 3월 3일. 이환이는 내 말은 듣지도 않고 '선생님, 마음에도 거울이 있어요.' 99학년도 전주서원초등 5학년 2반 마음공부 일기모음집에 빠져 있었다. 그리고는 3월 중순경부터 마음공부 일기를 거의 매일 빠지지 않고 적어 왔었다.
나는 이환이를 변화시키려고 노력하였고 쉽게 변화하지 않는 이환이를 너무 힘들어했는데 그런 나를 이환이는 사랑해주었고 나를 행복하게 해 주었다.
이환이의 사탕 목걸이는 지금도 우리 집 냉장고 안에 예쁘게 들어있다.
내일은 전학 간 이환이에게 전화를 해봐야겠다.
/ 백승영 (전주서원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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