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국연극제의 화두는 ‘비빔’입니다. 전주를 대표하는 비빔밥을 연상할 수도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축제다운 축제를 만들겠다는 다짐인 셈이죠. 지금까지 전국연극제하면 각시·도 연극인들이 단지 연극적 완성도를 겨루는 경연장으로 인식돼왔지만 이번 연극제는 분명히 다릅니다”
임오년들어 전북연극협회 박병도회장(45)은 몸도 마음도 바쁘다. 지난 87년 제5회 대회이후 15년만에 전주에서 다시 찾은 제20회 전국연극제를 준비해야하는데다 지난해부터 맡고 있는 전북연극협회의 내실을 튼실하게 다져야한다는 부담도 떨치지 못한다.
사실 올해 전국연극제가 성년을 의미하는 스무번째라는 점에서 국내 연극판의 기대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더욱이 연극적 기량이라면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전북연극계가 이번 연극제를 주관한다는 점에서 기대치가 더욱 높아졌다.
이러한 기대를 잘알고 있는 박회장을 비롯한 전북연극협회 집행부가 중지를 모은 밑그림은 뽑기용대회가 아닌 연희적요소가 가미된 독창적이고 신명난 축제.
“기존의 틀을 바꾸는 일요? 그리 만만한 작업은 아닙니다. 더욱이 올해는 축제릴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올상반기에 전주영화제와 월드컵이 끝나면 소리축제가 곧바로 이어집니다. 전국연극제는 축제릴레이의 마지막을 장식할 예정이어서 웬만한 기획으로는 ‘그저그런’축제로 묻힐게 뻔합니다”
전국연극제의 준비가 결코 만만하지 않다는 사실은 굳이 그의 말을 빌리지 않아도 된다.
무엇보다 개최일자 확정에 어려움이 크다. 당초 8월28일부터 9월15일까지 치를 계획이었지만 전주세계소리축제의 개최일정이 이 기간과 겹치면서 행사일정 변경이 불가피하다.
더욱이 전북도가 지원하기로 호언했던 예산 6억5천만원도 대폭삭감돼 4억원에 그칠 전망이어서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타시도에서는 유치를 못해 안달하는 전국연극제인데도 정작 지역에서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그런만큼 일욕심많은 박회장은 자신있어하는 표정이다. 어려운 만큼 보람도 크다는 연극인 특유의 오기심이 발동했기 때문.
“늦어도 다음달까지는 제20회 전국연극제의 테마가 정해지고 상황실이 가동될겁니다. 3월부터는 기획이나 홍보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외부전문인력을 투입할 계획입니다. 4월께 부대공연에 대한 마스터플랜도 공개되고 6월부터는 본격적인 전쟁에 돌입하겠죠”
박회장은 이번 연극제가 축제다운 축제로 거듭날 수 있도록 부대행사에 공력을 들인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뮤지컬과 국악, 마임 등 갖가지 장르를 곁들인다. 또 16개시·도팀외에 미·일·호주 등의 해외동포팀을 초청하고 전북연극협회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중국강소성의 경극단도 초청해 분위기를 달군다는 청사진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번 연극제를 통해 지역연극계에 자양분이 공급됐으면하는 바람이 크다. 가뜩이나 척박해져서가는, 해가 바뀔수록 관객층이 엷어져가는 현실속에서 ‘전국연극제가 연극인프라구축의 기폭제가 됐으면한다’는 생각이 앞선다.
그는 또 전국연극제의 성공에 만족하기 보다는 국제연극제 개최를 궁극적인 지향점으로 삼고 있다.
“전국연극제를 통해 지역에서 연극에 대한 붐이 일고 지역연극인들도 새롭게 기반을 다진 뒤라는 전제가 있어야하겠지만 전주를 기반으로 삼은 국제연극제 개최가 절실하다고 봅니다. 전주만큼 ‘아시아적 연극의 메카’로 불릴 수 있는 조건을 갖춘 곳도 드물기 때문이죠”
박회장의 소망이 단지 꿈에 그치지 않고 지역연극계의 백년대계로 뿌리내릴 수 있을 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할 것같다.
박병도회장은...
지난해부터 전북연극협회를 이끌고 있는 박병도회장은 젊은 지역연극인들 가운데 맏형으로 꼽힌다. 자신 스스로도 연극을 본업으로 삼은 전문연극인 1세대라는 자부심이 크다. 현재 전주대 예체능영상학부 교수로 재직중인 그는 자신이 창단한 극단 황토 레퍼터리시스템 대표, 전국연극인협의회 부회장 등을 함께 맡고 있다.
지난 78년부터 최근까지 연극, 창극, 뮤지컬, 오페라, 무용극, 국제행사 등 모두 1백10여편을 연출했다. 제10회 아시안게임 문화예술축전 연극 개막작을 비롯해 97무주·전주동계 유니버시아드 대회 전주개막공연, 대전엑스포 경축공연 및 폐막공연, 광주비엔날레 경축공연작품, 국립국악원 개원 50주년 기념공연 등이 그의 손을 거쳤다.
지금까지 전국연극제에 다섯차례 본선진출해 지난 86년과 89년 최우수상인 대통령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지난 92년부터 97년까지는 도립국악원 예술단 국악장과 상임연출을 역임했다. 지난 87년 전주에서 열린 제5회 전국연극제때는 사무국장 겸 상황실장을 맡았던 그는 올해는 연극제의 얼굴을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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