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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현교수의 판소리 길라잡이] 명창 모흥갑

 



이른 시기의 판소리 명창 중에서 모흥갑은 길록 가장 많이 남아 있는 소리꾼 중의 한 사람이다. 신위의 ‘관극시’, 송만재의 ‘관우희’, 윤달선의 ‘고아한루악부’, 이유원의 ‘임하필기’, 이건창의 ‘이관잡지’, 신재효의 ‘광대가’ 등에 모흥갑의 이름이 등장하는 것이다. 그 외에도 ‘춘향가’나 ‘무숙이타령’ 등에도 모흥갑의 이름이 등장한다. 기록이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은 그만큼 그가 소리를 잘했다는 증거일 수 있다.

 

모흥갑은 소리하는 모습이 그림으로 남아 있는 유일한 소리꾼이기도 하다. 서울대학교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여덟 폭 짜리 ‘평양감사부임도’ 중에, 능라도에서 많은 구경꾼이 모인 가운데 소리하는 광경을 그린 것이 있는데, 여기에 소리하는 광대가 모흥갑이라고 기재되어 있는 것이다.

 

이 그림은 하도 유명해서 판소리학회지인 ‘판소리연구’ 표지를 위시해서 여러 판소리 관계 문헌의 표지 그림으로 사용되고 있기도 하다. 물론 이 그림이 소리하는 광경을 직접 보고 그린 그림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이른 시기에 명창들이 야외에서 소리를 할 때 어떻게 했는가를 알려주는 아주 귀중한 그림이다.

 

그런데 이처럼 많은 기록에도 불구하고 모흥갑이 어디 사람인지조차도 확실하게 알지 못한다. 경기도 출신이라고 하기도 하고, 전주 난전면 귀동(지금의 구이 부근) 사람이라고도 하는데, 어느 것 하나 결정적인 증거를 찾지 못하고 있다.

 

모흥갑은 고음으로 이름을 날렸던 모양이다. 그래서 모흥갑의 소리는 학이나 봉황의 울음소리에 비유되었다. 신재효는 그의 ‘광대가’에서 모흥갑의 소리를 “설상에 진저리친 듯”하다고 했다. 이런 표현은 모흥갑이 고음을 잘 내어 그것으로 이름을 얻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준다.

 

모흥갑은 ‘적벽가’를 잘했다고 하나, 그의 더늠으로는 ‘춘향가’ 중에서 “여보, 도련님. 날 다려가오”하는 이별가 한 대목이다. 지금도 조상현이나 성창순 등이 부르는 보성소리 ‘춘향가’에는 이 대목이 들어 있는데, “여보, 도련님. 날 다려가오”를 반복하면서 점점 음정을 높여, 마지막에는 거의 숨이 막힐 정도까지 이르는 것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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