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따라 한 걸음
아빠따라 한 걸음
부모님의 두 손을 잡고
아장아장 걸음마하면
동네 한 바퀴
“아-안녕, 할머-이.”
어제 갓배운 단어 한마디를
뜻도 모른 채 늘어놓는
아가수다쟁이를 보며
재미있는 듯이 웃으시고는
우리 동네에 신동났다고
치켜세워 주시던 그분들
아, 아! 고향의 향기!
고향의 숨결을 느끼며
부모님을 따라 걸음마를 배우던
그 고향길
하지만
내 친구들 하나 둘
도시로 떠나보내고
나 또한 떠나려던 날
나는 그 길앞에서 울었네
눈을 지끈 감고 입술을 깨물며
옷소매를 적시던 그 때
그 때, 나는 울었네.
내게 손짓하던 잠자리는
어디를 갔는지
방아찧는 강아지는
어디를 갔는지
사랑하는 내 동무들아!
못찾겠다 꾀꼬리
마음이 텅빈 그 공간에서는
보고 싶어도 만나고 싶어도
보지 못하고 만나지 못했네
/ 김가해 (전주 풍남중 1년)
성묘
-성묘가는길-
붉은 흙길따라 사르락대어 본다.
핏빛으로 물들어 늘어진 갈대들
바래진 기억들 담아낸 노송 하나
할아버지 다스한 손길스민 산수육
노오란 꽃망울로 봄맞이 알려주더니
앙상한 가지만이 바람에 살랑댄다
스치우는 가지에 베어나는 그리움
나와 같이 자라온 그 나무 가꾸시던
나무는 가꾸기 나름이라던 그 분
풀섶에 피어 있던 들국화 손에 쥐고
“할아버지, 저 왔어요.”인사하니
갈대들 사이로 손 내밀어 반기신다.
/ 심윤지 (정읍 학산여중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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