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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시각장애인들에게 '책읽는 즐거움' 선사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들에게 책읽기란 세상 나들이만큼 어려운 일이다.

 

일반 도서는 아예 보지 못할 뿐더러 점자책도 쉽게 구할 수 없다.

 

출판사도 비싼 출판비용과 적은 수요자층 때문에 점자도서 출판을 꺼리고 있는데다 점자 프린터는 고가장비여서 개인이 구입하기에는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열악한 점자도서 출판환경속에서 ‘시각장애인들의 밝은 눈’이 되어주는 곳이 있다.

 

전주시 덕진구 인후1동 동원빌딩 2층에 자리한 전북시각장애인도서관(관장 송경태).

 

대형 서가와 독서실을 연상케 하는 일반 도서관과는 달리 1백20평 규모의 작은 공간이지만 시각장애인들에게 ‘책읽은 즐거움’을 나눠준다.

 

이 도서관의 가장 큰 사업은 점자도서 및 녹음도서 발간과 대출. 책 발간은 수요자 중심으로 이뤄진다. 주 고객(?)은 대학생과 의학을 공부하려는 시각장애인들이다.

 

우석대와 전주대 한일장신대 등에서 특수교육과 사회복지학 등을 전공하는 시각장애인들은 전공도서 점역을, 일반 시각장애인들은 안마나 침술과 관련된 의학서적 점역을 의뢰한다.

 

이밖에도 교인들을 위한 찬송가와 성경, 교회주보도 점역을 부탁하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는 전화번호부와 제품설명서 등을 점역해달라는 주문도 이어진다.

 

시각장애인 개개인이 일반도서를 점역할 수 없는데다 일반도서(3백쪽 분량)를 점역할 경우 보통 3∼4권으로 늘어나 출판비용이 만만치 않은 까닭이다.

 

최근엔 ‘고려수지요법강좌’와 ‘중풍의치료경험사례집’등 의료서적 출간을 눈앞에 두고 있다. 2권 출판을 위해 매달린 자원봉사자는 여고생부터 할아버지까지 다양하다.

 

이우승씨(전 완산초등교장)와 김진웅씨(전 익산교육청 장학사)는 지난 여름내내 한자에 일일이 한글로 토를 달았고 임세나양(전주여고 1년) 등 여고생과 대학생들은 워드작업에 앞장섰다.

 

녹음도서 발간도 자원봉사자의 몫이다. 자원봉사자는 1년에 4차례 교육을 통해 배출되며 이들은 도서관내 녹음실이나 집에서 책을 테이프에 담는다.

 

하루 종일 매달려야 겨우 한권 녹음을 할 수 있다는 게 자원봉사자들의 설명.

 

점역과 낭독 자원봉사자만 모두 2백40여명이 활동하고 있는 시각장애인도서관은 매년 8백여권의 점자도서와 낭독도서를 발간하고 있다.

 

도서관에 소장된 점자도서 7천권과 녹음도서 3천권은 도내 1만2천여 시각장애인들에게 무료 대출되고 있다. 시각장애인들이 집에서 전화로 대출신청을 하면 도서를 우편으로 배달하는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송경태관장은 “공부하고 싶어도, 세상 일을 알고 싶어도 책을 읽지 못해 자포자기 하는 시각장애인들에게 희망의 빛을 주는 것이 도서관의 소명”이라며 “후원자와 자원봉사자들의 땀이 시각장애인의 눈을 밝혀주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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