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多窮以後工.
시다궁이후공.
시는 곤궁함을 많이 겪은 이후에 더욱 공(工)해진다.
송나라 때의 대 문장가인 구양수(歐陽脩)가 쓴〈매성유시집서(梅聖兪詩集序)〉에 나오는 말이다.
여기서 사용된 '공(工)해진다'는 말의 의미는 더욱 공교해져서 좋은 시가 된다는 뜻이다. 따라서 구양수의 이 말인즉, '시인이 처한 생활 환경이 궁하면 궁할수록 그가 쓰는 시는 더욱 절실해져서 공(工)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게 된다'는 뜻이다.
맞는 말인 것 같다. 시인이 부자가 되어 배부르고 등이 따뜻해져서 안일함에 빠지고 나면 더 이상 좋은 시는 나오지 않는 것 같다. 편안한 생활에 익숙해 지다보면 그 속에서 절실한 감정이 북받쳐 올라올 리가 없고 북받치는 절실한 감정이 없는데 토해낼 게 뭐가 있겠는가?
어디 시뿐이랴. 모든 예술이 다 그러하리라. 나의 고통도 고통이려니와 남의 고통까지도 아파할 수 있는 뜨거운 가슴이 있을 때 그 가슴이 작품이라는 한 생명을 잉태하여 입과 손을 통해 토해 낼 텐데 시인이나 예술가가 부자가 되고 유명인사가 되어 일신상의 안락에 빠져 있으면 작품 자체를 잉태할 수가 없는 것이다.
대부분의 예술가들이 돈벌이를 중히 여기면서부터 이 시대에 진정한 예술이 죽어가고 돈이 되는 튀는 예술, 엽기적이 예술만 판을 치는 것 같다. 진정 가슴을 찡하게 울리는 새로운 시 한 수 읽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詩:글 시 多;많을 다 窮;궁할 궁 以:써 이 工:공교할 공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