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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서 이룬 사랑노래... '만복사 저포기'



- 양유와 월희의 애절한 사랑이야기

 

꽃 같은 고운 얼굴 어찌 그리 고운가
우리 인연 교묘하여 가는 길이 달랐던가
비록 꿈속의 짧은 시간 해로의 기쁨 나눴지만
만나고 헤어지니 슬프고도 즐거웠네

 

맑은 강 따스한 햇빛 아래 원앙은 둘씩 짝 이루고
푸른 하늘 구름 걷혀 비취새 다정하게 노래를 헌다
우리 이제 한마음 인연실로 칭칭 매였으니
잠시 이별될지라도 영이별은 될 수가 없네

 


춘향전과 흥부전 등 남원의 이야기를 무대예술로 승화시켜 지역문화의 뿌리 찾기 작업을 모범적으로 열어온 남원시립국악단(단장 임이조)이 또하나의 지역 문화자산을 창극으로 제작한다.

 

오는 20일 소리문화의 전당 모악당에서 첫선을 보일 창작 창극 ‘만복사 저포기’(극본 최정주 연출 오진욱)는 남원의 애틋한 사랑이야기를 담은 작품.

 

시립국악단원들의 이 공연에 대한 열정과 의욕은 각별하다. 거의 매일 늦은 밤까지 강행되는 연습시간은 오롯이 이들 단원들의 몫. 관극단체로서의 한계(?)를 넘어선 열정이 더욱 돋보이는 것은 이 때문만은 아니다.

 

이 작품은 기획부터 대본, 작곡, 연출, 안무 등 지역에 연고를 두고 활동하는 젊은 예술가들이 모두 참여하는 합작품이다. 지역 문화의 정체성 찾기에 새로운 모델이 되는 셈이다.

 

김시습의 만복사저포기(萬福寺樗蒲記)를 모티브로 한 이 작품은 작가 최정주씨가 10여년 전에 발표한 ‘고려별곡’을 새롭게 각색한 작품. 고려말 왜구침탈기, 남원 만복사와 인근 촌락을 배경으로 총 2막 14장으로 구성됐다.

 

양유와 월희의 만남과 이별, 생사의 경계를 넘어 몽환적 구조로 다시 만나는 가슴 아픈 사랑을 축으로 여인의 정절과 한민족의 역사에 담겨 있는 민중들의 삶을 남원지역의 독특한 감성으로 담고 있다.

 

이 작품은 1억1천만원의 예산이 투자됐다. 연극적 요소를 강화시킨 덕분에 시립국악단원들 외에도 지역의 역량있는 연극배우들이 객원으로 참여한다.

 

음악적인 측면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종합무대예술인 창극‘만복사 저포기’를 통해 동편제의 계보를 이어가고 있는 남원시립국악단이 판소리의 현대화와 관현악의 결합을 통해 창극의 진수를 어떻게 열어낼지가 주목을 모으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공연은 소리꾼의 작창에 작곡자가 편곡만 하는 기존의 방법에서 벗어나 한사람의 작곡가에 의해 작창, 작곡, 편곡 등 전 작업이 이루어지는 작품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삶과 죽음, 시간과 공간의 이동을 음악적 선율에 담아 구슬프고 힘찬 가락을 효율적으로 배치한 점은 돋보이는 미덕이다. 남원 토속민요인 상여소리와 대강면 평촌부락의 장원질소리 등 향토성이 강한 소리가 무대를 채우는 것도 특징이다.

 

연출을 맡은 오진욱씨는 이번 창극을 통해 “연극적 형식의 대사법을 도입해서 관객들이 더 이해하기 쉽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폭을 넓혔다”면서 “춘향과 이도령, 흥부와 놀부에서 느껴지는 사랑과 ‘만복사 저포기’를 통해 보여지는 해학과 예술성에 기반한 또 다른 모습의 사랑찾기”를 주목했다고 소개했다.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을 어떻게 지켜 나가야 할까”라는 고민에서 시작한 작업이라고 밝힌 황의성기획실장은 “남원시립국악단은 3년 전부터 창작작업을 위한 워크샵을 통해 각 영역(기악·창악·무용)에 상관없이 3부가 혼연일체돼 연습해왔고 그 노력의 결실이 만복사 저포기를 통해 보여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남원시립국악단은 송흥록 송광록 송만갑 김정문 강도근으로 이어지는 동편제 계보를 계승해온 중심. 안숙선 명창을 비롯해 강정숙, 오갑순, 전인삼, 김명자 명창이 남원시립국악원을 거쳐갔다. 2001년 1월엔 평양 봉화예술극장에서  남·북 합작으로 창극 ‘춘향전’을 공연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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