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위기는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문학작품을 비롯한 인쇄매체가 제공하던 지식과 즐거움을 TV나 영화 등 영상매체가 대신하면서 문학의 기능이 눈에 띄게 저하되고 있는 것.
레포츠 열풍이 불고 인터넷이 보편화된 90년대 중반부터 문학의 본질에 대한 물음은 더욱 가속이 붙었다.
이제 작가나 문예지가 독자에게 얼마나 가깝게 다가서고 있는지 자문해봐야 할 때다. 문예지의 창간 기념모임이나 작가와의 대화, 독서모임, 테마별 여행 등의 프로그램을 뒤를 잇고 있는 것도 이러한 환경을 반영해주는 것.
그러나 이들 대부분이 1회성 만남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작가의 개인홈페이지나 문예지 인터넷 사이트도 독자 만나기에 기여하고 있지만 책읽기를 즐기는 독자들에게 온라인의 만남은 허기진 일일수 밖에 없다.
전북에서도 ‘녹색평론’이나 ‘인물과 사상사’ 등이 지역독자모임을 운영하고 있지만 문예지의 독자모임은 드물다.
지난 13일(토) 문화공간 다문(茶門·전주시 교동)에는 소중한 발걸음들이 이어졌다. 고창 공음에서 온 목회인, IT전문 교수, 무주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주부, 경찰행정을 전공하는 여대생, 나이 지긋한 세무사, 창비와 인연이 깊다는 약사, 고등학교 교사, 그리고 “아직도 창비 학교를 졸업하지 못했다”고 말을 꺼낸 김용택 시인과 안도현 시인….
77년생부터 환갑을 훌쩍 넘긴 어르신까지 모인 이들은 단지 시나 소설의 ‘창작’이나 사회를 ‘비평’하기 위해 모여든 것이 아니었다.
창작과비평사의 전북지역 독자들인 이들은 단지 독자모임을 알려준 엽서 한 장을 들고 이곳으로 향했다. 이 만남은 지역독자모임을 구상하고 있던 출판사측에 일부 독자들의 요구가 큰 힘이 돼 모이게 됐다. 전국적으로 창비가 지역 독자모임을 갖는 것은 이번이 처음. 이들의 만남은 한국문학에 대한 자신과 신뢰를 보여주는 신선한 의미로 전하기에 족하다.
창작과비평사 정의득 독자사업팀장은 “전북은 인구비례에 비교해볼 때 독자들의 밀도가 짙고 적극적인 독자들이 많아서 이곳부터 독자모임을 시작했다”며 “신인 작가의 배출도 중요하지만 독자를 지키고 폭을 넓혀 가는데 문예지가 더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어렵게 자리를 연 창비독자모임이 먼지만 툴툴 털어 버리고 다시 책장 깊숙이 책을 집어넣을 것인지, 책을 통해 문학과 사회에 대한 고민을 이어나갈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문학인들은 이들의 모임이 또 다른 형태의 독자모임으로 이어지게 하는 일이 독자모임 구성원들만의 몫이 아니라는데 동의한다.
문학의 위기를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독자들과 직접 만나 서로의 갈증을 확인하는 것. 문학은 문학인들만의 자기 만족적인 행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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