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구지정(喜懼之情)
父母之年은 不可不知也니, 一則以喜요, 一則以懼니라.
부모지년은 불가불지야니, 일즉이희요, 일즉이구니라.
부모님의 나이는 알지 않으면 안 되나니, (그 까닭은 부모의 나이를 안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두렵기 때문이다.
《논어》〈이인(里仁)〉편에 나오는 말이다.
회갑이나 칠순 등 부모님의 수연(壽宴)이라며 부쳐온 청첩의 글을 읽다보면 더러 "꼭 참석하시어 희구지정을 함께 나누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문구를 발견할 때가 있다. '희구지정(喜懼之情)'이란 말은 한편으로는 기쁘고 한편으로는 두렵다는 뜻이다.
부모님의 수연을 준비하는 자식의 입장에서 부모님께서 수연을 누리실 만큼 건강하게 오래 사셨으니 한편으로는 기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나이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돌아가실 날이 가깝다는 뜻이니 혹시라도 건강이 안 좋아지실까봐 두렵다는 뜻인 것이다.
무릇 자식된 자는 이런 생각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요즈음에는 이런 '희구지정(喜懼之情)'을 느끼는 자식들이 많지 않은 것 같다. 부모님이 건강하실 때에는 건강하다는 이유로 함부로 대하고 부모님이 병들고 나면 금새 귀찮게 여겨 모시기를 꺼리는 것이 요즈음 세태인 것 같다.
참 못된 세상이다. 부모와 자식 사이마저도 이처럼 편리와 이로움만을 따지는 세상이 되어 버렸으니 다시 무엇을 이야기하랴.
제 부모 늙는 것을 안타깝게 여기는 마음이 없는데 농약에 중독된 황새 새끼 한 마리 갖다놓고 온갖 법석을 떨며 치료하면서 자연보호를 외쳐 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애완견에 관한 방송을 시청할 때마다 제 부모를 저렇게 위했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年:해 년, 나이 년 喜:기쁠 희 懼:두려울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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