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사 초기부터 사용되었고 소리꾼들도 중요하게 여길 정도로 판소리에서 차지하는 의미가 큰 ‘이면’(裏面 또는 理面)은 일반인들이 판소리를 이해하는데 가장 중요한 부문이다.
하지만 ‘이면’에 대한 본격적인 탐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아 그 정확한 개념조차 바로 세워지지 못한 채 통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11일과 12일 전북대 삼성문화회관에서 열린 판소리학회 제39차 학술대회는 바로 ‘이면’에 대한 연구결과가 본격적으로 발표됨으로써 판소리 연구를 한단계 진척시키는 성과를 거두었다. 특히 이날 발표에서는 판소리 ‘이면’의 개념을 기호학으로 풀어낸 논문이 발표되어 관심을 모았다.
‘이면이 적당하다’ ‘이면이 틀리다’‘이면을 그린다’등 말의 쓰임새는 많지만 그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최동현 교수(군산대)는 ‘판소리 이면에 관하여-사설과 장단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한 발표를 통해 “지금까지 판소리 ‘이면’을 제대로 탐구하고 연구한 활동이 거의 없었고 드문 드문한 결과마저도 각양각색이어서 판소리에 대한 일반의 이해를 높이기가 힘들었다”면서 “판소리 ‘이면’은 곧 ‘의미’를 뜻한다”고 주장했다.
사설 텍스트(사설)와 공연텍스트(소리) 분야에서 기호학적으로 판소리 이면을 분석한 그는 사설과 소리 두 분야에 각각의 이면, ‘사설의 이면’과 ‘소리의 이면’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사설의 이면과 소리의 이면은 같지 않고 다른 형태로 드러납니다. 소리꾼이 사설텍스트에 새로운 것을 가미, 창조한 것이 소리(공연텍스트)의 이면입니다.”
소리는 ‘사설에 이미 구조화 되어 있는 것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규정한 그는 ‘이면을 그린다’는 말은 오랜 판소리 공연 전통 속에서 코드화되어 형성된 의미에 소리꾼이 새롭게 창조해 낸 의미를 더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코드화(전통)과 탈코드화(창조)의 긴장 속에서 판소리 이면에 맞게 하기 위해 추가 코딩이나 텍스트 개작 등의 방법이 동원되고, 그것이 소리꾼 집단 내에서 인정을 받으면 그대로 통용되고 그렇지 못하면 폐기된다. 이 과정을 받아들이는 판소리 향유 집단도 다양, 그에 따른 유파와 바디의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이 최교수의 설명이다.
코드화는 의미의 관습적 측면을, 탈코드화는 창조적 측면을 대표한다는 그는 변화하는 감성과 기호를 재빨리 파악, 새로운 이면 그리기에 성공한 창조적인 창자로 정정렬을 꼽았다.
“판소리 이면은 고정된 것이 아니고 시대와 여러가지 요소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는 그는 오늘의 소리꾼은 전승 받은 것을 토대로 새로운 변화를 시도, 집단 내에서 광범위한 호응을 얻어내는 ‘이면 그리기’를 끊임없이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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