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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교수의 한문속 지혜찾기] 90을 50으로 여기는 까닭은



90을 50으로 여기는 까닭은

 

行百里者는, 半於九十이니라.

 

행백리자는, 반어구십이니라.

 

백 리 길을 가려는 사람은 90리를 반(半)으로 생각해야 한다.

 

《전국책(戰國策)》〈진책(秦策)〉에 나오는 말이다.

 

백 리 길을 가려고 하는 사람은 왜 50리를 반으로 여기지 않고 90리를 반으로 여겨야 하는가? 숫자로만 따진다면야 당연히 50리가 반일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결코 숫자로 움직이는 게 아니다. 어설픈 계산으로 해결되는 게 아닌 것이다.

 

90리가 아니라, 99리를 왔다고 하더라도 나머지 1리를 남겨둔 지점에서 의외의 장애물을 만나거나 몸에 이상이 생겨서 나머지 1리를 가는 데에 걸리는 시간이 지금까지 99리를 오는 데에 걸린 시간보다 훨씬 더 많이 걸릴 수도 있고 심지어는 끝내 그 1리를 못 감으로써 백 리 길을 간다는 본래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 90리를 왔다고 해서 어찌 '이제 10리 밖에 남지 않았다'고 안심할 수 있겠는가? 99리를 오고서도 이제 반밖에 오지 않았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그런 생각으로 끝까지 신중하게 길을 가야 100리라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

 

최근 우리 정치계에 다음 대통령 후보는 나라고 생각을 했다가 예상외의 결과로 인해 낙담한 사람도 있고, 심지어는 다음 대통령은 나라고 생각했다가 그게 아닌 성싶다는 생각에 바짝 긴장하고 있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정말 알 수 없는 게 나머지 여정이다.

 

99리를 가고서도 나머지 1리를 예측할 수 없는 것이 인생인 것이다. 어찌 하루하루를 신중하게 열심히 살지 않을 수 있겠는가? 

 

行:갈 행  里:마을 리  半:반 반  於:어조사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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