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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교수의 한문속 지혜찾기] 각별한 관심과 무심함

 

 

着意種花花不活터니 無心栽柳柳成陰이라.
착의종화화불활     무심재류류성음

 

특별히 마음을 써서 꽃을 심어도 그 꽃은 살지 않더니만, 무심히 꺾어 꽂은 버드나무는 오히려 녹음을 이루었네.

 

명나라 사람 풍몽룡이 편찬한 단편소설집인 《고금소설(古今小說)》의 〈조백승다사우인종(趙伯昇茶肆遇仁宗)〉편에 나오는 말이다. 세상은 참 묘한 데가 있다. 관심을 갖고 보살피면 보살필수록 잘 자랄 것 같아도 실지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고, 무심하게 놓아주면 다 죽을 성싶어도 오히려 더 튼튼하게 잘 자라는 경우가 허다하다.

 

식물도 그렇고 동물도 그러하며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사람 또한 그러하다. 그래서 세상에는 "보리둥이가 효자노릇 한다"는 말이 있다. 어린 시절, 온갖 사랑과 관심을 한 몸에 다 받으며 자란 아들은 장성한 후에 오히려 부모를 모른 체 하는데, 때를 잘 못 타고나 사랑과 관심은커녕 온갖 고생은 도맡아 하고 보리밥도 제대로 못 얻어먹고 자란 아들이 오히려 부모를 끔찍이 모시는 효자가 된다는 뜻이다.

 

우리 주변에도 그러한 경우가 많이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인생은 결코 산수(算數)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계산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인 것이다. 요즈음 아이들은 지나치게 호강을 하며 사는 것 같다. 온갖 보살핌을 다 받으며 온실 속에서 웃자라는 꽃과 같이 자란다. 무심히 꺾꽂이만 해 놓아도 뿌리를 내리고 녹음을 드리우는 버드나무와 같이 살아야 할 텐데...... 부모들이 먼저 깨달아야 할 것이다.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着:붙을 착  意:뜻 의  種:심을 종  活:살 활  栽:심을 재  柳:버들 류  陰:그늘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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