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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교수의 한문속 지혜찾기] 호랑이는 발톱을...

 

 

호랑이나 표범은 그 발톱을 드러내지 않고 깨물 때에도 이빨을 드러내지 않는다.

 

虎豹不外其爪하고 而 不見齒라.
호표불외기조     이서불현치

 

《회남자(淮南子)》〈병략훈(兵略訓)〉에 나오는 말이다. 이번 월드컵에서 나타난 우리 축구팀의 모습 중에 예전과 크게 다른 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겸손함'이다. 예전에 우리 축구는 시합도 아직 하기 전에 미리 입으로 다 떠들어서 우리의 전력이나 팀 분위기를 노출시켰다가 결국은 참패를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히딩크 감독은 언론이나 축구 관계자의 어떠한 입방아도 묵묵히 견디면서 아무 말 없이 자신의 계획대로 훈련을 시켰고 월드컵 개막이 임박해서도 아무런 호들갑이 없이 그저 "세계를 놀라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는 말만하였다.

 

그리고 그는 정말 세계를 놀라게 했다. 얼마나 믿음직스런 모습인가? 독일과의 4강전이 있던 전날 그는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제까지 해 온 것처럼 우리가 어디에서 출발했는지를 생각하며 겸손한 자세로 나갈 것이다.

 

한국의 우승 가능성까지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나는 선수들에게 지난날들을 잊지 않고 경기에 나서도록 주문할 것이다."고 말하였다. 명장은 이렇게 겸손한 것인가? 진실로 실력이 있는 호랑이는 발톱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월드컵 4강에 오른 우리를 보며 일본인들은 우리를 아시아의 호랑이라고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들이 우리를 그렇게 불러 줄 때 우리는 정말 속이 꽉 찬 위엄 있는 호랑이가 되어야 할 것이다.

 

虎:호랑이 호  豹:표범 표  爪;손톱 조   :깨물 서  齒:이빨 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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