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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교수의 한문속 지혜찾기] 돌이 말을하면 그때는 어찌하려

 

 

莫爲無人欺一物하라, 他時須慮石能言이리니.
막위무인기일물      타시수려석능언

 

사람이 없는 곳이라고 해서 한 물건이라도 속이려 들지 말라. 다른 날, 돌이 말을 할까봐 걱정하게 될 테니.

 

당나라 말기의 유명한 시인인 이상은(李商隱)의 〈신명(神明)〉이라는 시에 나오는 말이다. 거짓말의 무서움을 통쾌하게 설파한 말이다. 아무도 없는 곳이라고 해서 함부로 거짓말을 했는데 거기에 있던 돌이 그 거짓말을 다 들어 두었다가 훗날 말을 할 수 있게 된다면 어찌하겠는가?

 

거짓말이 금새 드러나고 말 것이다. 물론 돌이 말을 할 리야 없겠지만 비유컨대 바로 그처럼 돌도 무서워하는 마음가짐으로 말을 삼가서 해야 한다. 증거도 없이 남을 비방해서도 안되고 실력도 없으면서 거짓으로 가르쳐서도 안 된다. 언젠가는 돌이 나서서라도 그것이 거짓말이었음을 폭로하고 말 테니 말이다.

 

한 때 정가에 최규선의 녹음테이프 파문이 있었다. 막상 듣고 보니 별 내용도 아니었는데 녹음테이프라는 말에 미리 놀라고 긴장한 사람들이 많이 있었을 것이다. 항상 진실하고 떳떳하게 산다면 녹음테이프를 걱정할 일도 없고 몰래 카메라를 염려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설마 돌이 나서서 거짓으로 사람을 모함하는 일은 없을 테니 말이다.

 

'구시화문(口是禍門)'이라는 말이 있다. '입이 바로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라는 뜻이다.

 

오늘도 모종의 술수와 거짓말 써서 다른 사람을 잡을 생각을 하고있는 사람이 있다면 당장 생각을 바꾸기 바란다. 우선 당신의 자식이 당신의 말을 듣고 있을 테고 당신 주변의 모든 물건들이 다 당신의 말을 듣고 있을 테니 말이다.

 

莫:말 막  欺;속일 기  須:모름지기 수  慮:걱정할 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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