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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교수의 한문속 지혜찾기] 썩지 않는 물

 

 

流水는 不腐하고 戶樞는 不 라.
유수   불부     호추   불두

 

흐르는 물은 썩지 않고 문의 지도리에는 좀이 슬지 않는다.

 

《여씨춘추(呂氏春秋)》〈계춘기(季春紀)〉의「진수(盡數)」조에 나오는 말이다. 호추(戶樞)란 지도리 즉 여닫이문을 여닫을 수 있도록 구멍을 파서 문짝의 뾰쪽한 고리를 끼워 넣은 부분을 말한다. 이 부분은 문의 여닫음으로 인하여 늘 마찰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좀과 같은 해충이 서식할 수 없다. 흐르는 물도 마찬가지이다.

 

늘 헌 물이 흘러가고 새 물이 흘러 들어오는데 썩을 틈이 어디에 있겠는가? 어디 물뿐이랴. 사람의 몸도 마찬가지이다. 기나 혈의 순환이 잘 이루어지는 사람은 건강하다. 순환하기 때문에 사기(邪氣:사특한 기운)가 정체해 있을 틈이 없으며 사기가 정체해 있지 않으니 몸은 건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국가도 마찬가지이다. 순환이 잘 될수록 힘을 가진 나라가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순환해야 할 부분은 너무 정체되어 있고 변화보다는 안정을 필요로 하는 부분은 오히려 너무 빠르게 변하는 경향이 있다. 순환이 안되어 사기(邪氣)의 정체가 가장 심한 분야는 정치분야이고 너무 빨리 변하고 바뀌는 것은 아파트와 교육정책과 장관인 것 같다.

 

외국에서는 아파트의 수명이 적게는 7∼80년, 길게는 100년 이상이라는데 우리나라 아파트의 수명은 20년이 채 안되고 장관의 임기는 1년이 채 못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교육정책은 '조령모개' 그 자체이다. 물 흐르듯이 균형 잡힌 순환이 이루어지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腐썩을 부  戶:지게문 호  樞:지도리 추   :좀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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