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4-12-04 07:14 (Wed)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문화 chevron_right 문화일반
일반기사

[김병기교수의 한문속 지혜찾기] 번역

 

 

譯事三難하니 信, 達, 雅라
역사삼난     신, 달, 아

 

번역하는 일에 세 가지의 어려움이 있으니 원문에 충실함으로써 얻게 되는 신뢰성 확보와 뜻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표달력(表達力)과 뜻을 정확히 전하면서도 아름다움도 갖추어야 한다는 점이다.

 

청나라 말기 개화기에 중국에 서양문학을 소개하는 데 큰공을 세운 문학가인 엄복(嚴復)이 쓴 《천연론(天演論)》〈역례언(譯例言)〉에 나오는 말이다. 흔히 번역을 제2의 창작이라고 한다. 원작의 의미를 완전히 자기 것으로 소화하여 자신의 목소리로 다시 토해 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신의 목소리로 다시 토해 내다보면 자칫 원문에 불충실하여 신뢰성을 잃을 수가 있고, 원문에 너무 충실하다보면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할 수가 있다. 그리고 뜻만 쫓다보면 자칫 너무 딱딱하고 건조한 문장이 되기 쉽다. 이러니 번역하기가 어디 쉽겠는가?

 

번역을 잘 하기 위해서는 양국의 언어를 이해하고 구사하는 능력도 필요하겠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양국의 문화에 대한 이해일 것이다. 문화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 없이 문자의 표면의(表面意)만을 쫓아 번역해 놓는다면 그것은 결코 번역이라고 할 수 없다.

 

요즈음 영어를 배우기 위해 미국으로 떠나는 학생들도 많이 있고 중국어 붐을 타고 중국으로 떠나는 학생들도 많이 있다. 그런데 이들 학생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한심함을 느낄 때가 더러 있다.

 

단순히 말 몇 마디 하는 것으로서 영어나 중국어를 다 배운 것으로 착각하는 학생들이 더러 있기 때문이다. 그런 영어, 그런 중국어는 아무 짝에도 쓰지 못한다. 진정한 외국어 공부는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에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譯:풀을 역  難:어려울 난  信:믿을 신  達:달할 달  雅:맑을 아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북일보 [email protected]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