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립극단이 다시 분주해졌다. 지난 4일 전주시립극단 상임연출로 위촉된 장성식 교수(48·백제예술대학 뮤지컬과)의 작업이 시작된 덕이다.
신임 연출이 던진 첫 카드는 ‘業 카르마’(‘카르마’는 범어로 ‘業’을 뜻함). 불교적 해석을 통해 고대 그리스의 비극을 다룬 ‘오이디푸스 왕’을 한국적 정서로 바꾼 작품이다.
그는 이 극을 올 11월 중순 한-베트남 수교 10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베트남 하노이 실험연극제’에 올릴 계획이다. 市의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는 전제가 있지만 그의 표정엔 자신감이 넘치고 의지가 새롭다.
“다른 국가의 좋은 공연을 초청, 전주시민에게 소개하고 외국에 전주의 연극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자리를 마련하겠다.”
‘業 카르마’는 국제무대로 발돋움하는 전주시립극단의 초석이 될 작품이다.
“시립극단은 전주시민을 위해 만들어진 것”을 강조하는 장씨의 의지에는 시립극단의 행보에 대한 여러 의미가 읽혀진다. 그만큼 계획중인 기획도 다양하다. 시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공연뿐 아니라 민간극단과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려는 워크숍도 그 중 하나.
상임연출로 자리잡기 전인 지난 8월, 시립극단 배우들과 ‘한여름밤의 꿈’을 덕진공원 무대에 올려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어낸 그는 전주에서 14년만에 연출한 이 작품을 통해 “시립극단 배우들의 큰 가능성을 찾았다”고 밝혔다.
1985년 시립극단 창단공연 ‘춘향전’의 연출을 맡았던 그는 89년까지 초대 상임연출로 활동하며 ‘육혈포 강도’‘가스펠’‘찰리 브라운’등을 연출했다.
그가 ‘상임연출’을 다시 맡게 된 이유는 단순히 '책임' 때문만은 아니다. “자신의 예술적 성장에 기반이 된 전주, 다양한 문화예술을 가진 전주”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것. 7개월여동안 계속됐던 시립극단 상임연출의 공백은 그에게 부담을 안겨줄 법하지만 물 흐르듯 자신의 구상을 실현시켜나가겠다는 의지에 시립극단의 변화가 보인다.
요즘 단원들과 연극인들의 프로정신과 시립극단의 위상 등을 화두로 이야기를 자주 나눈다는 그는 개성과 기질이 남다른 연극인들 속에서 배우들과 일치된 숨고르기는 상임연출의 필수적인 덕목이라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단원들과의 개별면담’은 그에게 중요한 작업이다.
그의 13년만의 복귀에 단원들과 도내 문화계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전북연극에 새바람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기대와 믿음 때문이다.
공석으로 있는 단무장은 직무대행을 통해 유지하면서 꼭 시립극단에 필요한 적임자를 찾겠다는 것이 그의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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