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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생명] 친환경 인삼재배 시설

 

최근 한반도 내륙을 관통한 태풍 ‘루사’의 영향으로 도내 인삼농가가 큰 타격을 받았다. 전북인삼조합은 태풍 ‘루사’가 지나간 지난달말 도내 인삼밭 2천8백여㏊가운데 50%에 달하는 1천5백여㏊에 피해가 있었다고 밝혔다.

강풍으로 인해 해가림 시설의 지주가 넘어지고 차광막이 찢겨져나간 것. 수확량 감소와 무너진 지주목 철거비·자재 구입비등을 포함하면 그 피해규모는 수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태풍으로 전국 인삼포중에서도 고창과 김제·정읍등지에서 그 피해가 가장 컸던 것으로 드러났다.

태풍뿐아니라 겨울철 폭설때도 비닐하우스와 함께 가장 피해가 많은 영농시설이 인삼밭이다. 차광막이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파손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인삼은 다른 작물과 달리 한번 식재하면 4∼6년동안 공을 들여야 수확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피해 정도가 심각하다.

이같은 상황에서 도내 대학교수가 개발, 최근 특허를 획득한 인삼재배용 친환경 해가림시설이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에도 기존 시설보다 우수한 것으로 밝혀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우석대 김종석교수(金鍾奭·생명자원과학부)가 개발한 인삼재배용 해가림시설은 우리 민족이 수백년동안 사용해왔던 목재 대신 조립식 철제파이프를 사용한 점이 특징이다.

또 그 높이를 기존 60∼70cm에서 2m정도로 높여 통풍성을 향상시켰다. 통풍이 잘되면 농약 살포횟수를 크게 줄여 인삼에서의 농약잔류 위험성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10년동안 인삼연구에 매달려 온 김교수는 “인삼 재배기간인 5∼6년정도가 지나면 목재는 50%이상이 부식되고 폐기물 처리가 되지않아 수확후 철사·나일론끈·차광막등과 함께 대부분 현지에서 소각, 환경오염을 초래한다”며 “이에비해 조립식 철제파이프는 수확후 분해, 전량 수거한 후 재활용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인삼재배의 약점은 연작(連作)장애다. 5∼6년동안에 걸쳐 한번 인삼을 재배한 곳에서는 다시 인삼을 심을 수 없고 수년동안 다른 작물을 경작해야 하는 것. 이 때문에 한번 인삼을 수확하면 해가림 시설을 모두 철거한 후 다른 곳에 설치해야만 한다.

목재시설은 단 한번밖에 사용할 수 없는 데 비해 철제파이프는 15년이상 3∼4회 사용할 수 있고 설치작업도 간편해서 재활용 할 경우 목재보다 50%정도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게 김교수의 설명이다.

또 목재의 경우 차광막을 2∼3겹으로 설치하는데 비해 철제파이프 시설은 1겹이면 족하고 도리파이프 중간에 지지대를 고정시켜 폭설피해를 막을 수 있도록 했다.

더욱이 김교수에 따르면 인삼포의 목재는 90%가량을 수입품으로 사용, 연간 약 2천2백만달러의 외화가 유출되고 있으며 시설 설치인력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

김교수는 최근 특허청에 인삼재배용 차광막 프레임구조등 5건의 실용신안등록을 마쳤고 지난 7월에는 해가림 시설재에 대한 실용신안등록을 출원해놓았다.

이 시설은 현재 진안 부귀면과 완주 삼례면·김제 금구면·고창 고수면·충남 금산·충남대 실습농장·경기 포천군등 10개지역 3천8백여평의 전시포장에 설치돼 호평을 받고 있다.

도내 인삼밭에 가장 큰 타격을 입힌 태풍 ‘루사’때도 철제파이프를 사용한 인삼포장에서는 그 피해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인삼재배에는 해가림시설이 필수적이지만 이 시설을 설치하는데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 영세농가에서는 엄두도 못내고 있는 게 사실. 태풍이나 폭설로 인삼포가 엉망이 될 경우 피해농가에서는 해가림 시설을 철거하고 다시 설치하는 데 드는 막대한 자금과 인력부족으로 복구조차 제대로 못하는 형편이다.

비닐하우스처럼 인삼밭에서도 조립식 철제파이프를 이용하자는 생각은 어떻게 보면 간단한 사고의 전환이다. 그러나 조상대대로 내려온 재배방식을 바꾸는 것은 간단치 않아 보인다.

“고려인삼의 우수성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가격이 너무 높아 국제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밝힌 김교수는 “농민들이 노동집약적 방법으로 인삼을 재배, 목재시설 설치비용과 인건비로 인해 생산비를 낮추지 못하고 있는 게 문제”라고 분석했다.

인삼의 국제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수백년동안 지속돼 온 전통 재배시설을 획기적으로 개선, 생산비를 줄여야 한다는 게 김교수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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