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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문화따라잡기] 웹진(3)대학 언론의 풍속도

 

 

아날로그식 학내 언론에 그쳤던 대학가 공론이 인터넷 매체 ‘대학 웹진’을 통해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대학 웹진은 학내 문제뿐만 아니라 대학인의 눈으로 바라본 사회와 문화를 담고 있는 온라인 잡지.

 

기존 학내 신문·교편·방송국·헤럴드의 인터넷 사이트와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대학 웹진은 온라인 상에서 학내 신문보다 다양하고 때론 과격하고 파격적인 내용으로 독자를 잡아끈다.

 

다루는 내용 또한 학내 문제에 머무르지 않고 시사, 미디어 비평, 문화비평 등 다양하다. 경계가 없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이들은 기성언론에 도발적인 도전장을 냄과 동시에 같은세대의 문제를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현재 활발하게 활동중인 곳은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시사 웹진 ‘DEW’(dew.ewha.ac.kr), 부산대 여성주의 웹진 ‘월장’(home.pusan.ac.kr/~wallzang), 서울대 인터넷 뉴스 ‘SNUnow’(www.snunow.com), 창원대학교 ‘함우리’(http://webzine.changwon.ac.kr), 서울여대 언론영상학과 문화비평 웹진 ‘Eye-C’(www.eye-c.net), 항공대 진보 웹진 ‘화’(hwa.jinbo.net), 국민대학교 웹진 ‘디코’(http://www.dikozine.com) 등 수십개에 이른다.

 

학생들 사이에 온라인으로 필요한 정보를 취득하는 문화가 급격하게 확산되면서 그 수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 시사 웹진 ‘DEW’

 

대학 웹진의 선두주자는 1999년 6월 창간호를 낸 ‘DEW’다. 시사웹진을 표방한 DEW는 “20대가 느끼는 시사, 20대만이 볼 수 있는 세상을 찾고자 하는 바람 속에서 제도권 언론들이 소홀히 하거나 미쳐 발견하지 못한 세상의 틈새에 있는 작지만 소중한 이야기들을 20대의 순수한 눈으로 풀어내고자 한다”고 밝히고 있다.

 

편집장과 기자들이라고 해야 ‘00학번’과 ‘01학번’의 여대생 십여명. 하지만 이들의 시각을 단지 낮은 학번들의 어린 생각으로 치부한다면 곤란하다. 4년여에 걸쳐 총 40여회를 쉬지 않고 발간해왔다는 역사만 봐도 그렇다.

 

이번 9월호에는 비 인기 종목 선수들의 열악한 환경을 취재한 ‘스포츠 강국의 꿈?’이나 주민등록제의 인권침해 여부를 다룬 ‘주민등록증 제도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처럼 기존 언론에 가려 보도되지 않은 이슈를 자유롭게 다루고 있다.

 

또한 ‘죽지 않는 노병, 맥아더 다시 보기’를 통해 50년이 지난 지금, 맥아더를 영웅이라 칭할 수 있을까요, 라고 묻고 있다.

 

□ 여성주의 웹진 ‘월장’

 

지난해 창간된 부산대 여성주의 웹진 ‘월장’은 창간호에 ‘도마 위의 예비역’이란 기획특집으로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이 기사는 학내뿐 아니라 예비역과 현역, 남성과 여성의 열띤 논쟁을 불러 일으켜 교내 서버를 다운시키기도 했다.

 

이들의 사규(?)는 ‘여성의 목소리여! 치마를 걷어 부치고 가부장제의 담을 뛰어넘자!’. 어느 분야에서건 반페미니즘적 요소가 있다면 날카롭게 메스를 들이밀고 자유롭고 당당하게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다.

 

여성주의 언론이 필요한 이유를 “국정교과서의 남성 우월적 시각을 용인하고, 여성정치인은 희귀한 남성주의 사회에서 여성들의 시각은 그야말로 발디딜 틈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 좁은 틈을 비집고 들어가 결국 진정하게 남녀가 동등한 인격체로, 성별로 인한 어떠한 구애도 받지 않는 자유로움을 만들어 가고자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 호에 다룬 특집은 ‘성매매, 쾌락과 인권의 함수관계’. 그 속에서 ‘여대생의 눈으로 본 성매매’, ‘공창제 옹호의 허와 실’, ‘가출청소년을 범죄로 내모는 곳’. ‘성매매방지특별법?’ 등을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특히 6명의 여대생의 대담 ‘화나고 짱나는 말세의 성매매천국, 고마 환골탈태 해뿌라’에서는 원조교제를 다루는 매스컴의 허와 실을 신랄하게 꼬집고 있다.

 

□ 대학웹진의 아쉬움과 무한한 가능성

 

대학 웹진은 기존 학내 언론과 차별되는 신선한 문화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인터넷을 통한 엄청난 파급력과 독자들과의 쌍방향성 등 대학 웹진의 무한한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종이 매체보다 비용은 적게 들지만 재정 지원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문을 닫는 경우가 꽤 있는 것. 또한 대학 재학시절에 발행하기 때문에 취재와 웹편집을 병행할 수 있는 후배들을 양성하지 못하면 주축 멤버들의 졸업과 함께 문을 닫고 마는 것이다.

 

초기에 많은 주목을 받았던 한양대 언론정보학과 웹진 ‘언론세상’과 명지대 진보 웹진 ‘명지꼬뮨’, 한림대 언론정보공학부 웹진 ‘컴온컴’이 올해 초 폐간된 예다.

 

또한 자체 서버를 구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학교측 서버 상태에 따라 웹진의 생존 여부가 달렸다는 것도 약점으로 지적된다.

 

우석대 정동철 교수(컴퓨터 공학부)는 “현재 대학 웹진은 하나의 문화로 뿌리내리기까지의 초기 진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서울대 문화예술 웹진 ‘미인’(plaza.snu.ac.kr/~meein)은 대학 웹진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라고 소개했다.

 

‘인문학적 상상력으로 사람과 사회를 보겠다’며 서울대 미학과 학생들이 주축돼 창간된 ‘미인’은 점차 문화예술 네트워크로 점차 틀을 깨면서 이제는 문화예술포털 사이트 ‘두아’(www.dooa.net)로 다시 태어났다. 진중권씨 등 서울대 미학과 출신 선배들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문화평론가 성기석씨(32)는 “현재 웹망을 통해 활동중인 수십 개의 대학 웹진들의 모습만으로도 이들의 잠재력은 충분하다”고 말하면서도 전북지역 대학에 눈에 띄는 웹진이 없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흔히 모래알로 표현되는 요즘 대학생들의 개인주의적 속성도 인터넷 민주주의의 공간에서는 어울리지 않는다.

 

대학생다운 도전의식, 사회를 보는 비판의식이 살아있는 대학 웹진. 세상을 향한 열린 언론으로 성장 가능성은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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