目送飛鴻하고 手揮五弦이라
목송비홍 수휘오현
눈으로는 날아가는 기러기를 보내면서 손으로는 오현금을 뜯네.
중국 삼국시대 위(魏)나라의 시인인 혜강(惠康)이 쓴 〈형수재공목입군증시(兄秀才公穆入軍贈詩)〉의 한 구절이다.
오현금(五弦琴)은 순(舜)임금이 만들었다는 중국 전통의 현악기이다. 순임금은 오현금을 뜯으며 남풍가만 부르고 있어도 세상이 잘 다스려졌다고 한다. 법률이나 제도에 의한 정치가 아니라 지도자의 인격을 바탕으로 한 교화의 정치를 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혜강은 이 오현금을 타면서 눈으로는 기러기를 보낸다고 하였다. 이것은 도 무슨 얘기인가? 오현금을 타면서 오현금에만 매여 있는 사람은 오현금을 제대로 타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 사람은 오현금을 타는 기능은 남다를지 모르나 그가 타는 오현금에는 감정도 없고 철학도 없다.
오현금 소리 속에 자연과 우주를 담아내고자 하는 의지와 여유는 더욱 없다. 그런 오현금 연주는 '쟁이'의 오현금 연주일 뿐 중국적 의미의 예술로서의 오현금 연주는 아니다. 손으로는 오현금을 타면서 눈으로는 하늘 끝을 나는 기러기를 바라보며 그윽한 눈빛으로 기러기를 보내는 여유와, 자연과 하나가 되고자 하는 마음이 있을 때 비로소 예술이 된다.
이 때의 오현금 소리는 단순한 악기의 소리가 아니라 우주를 포섭하는 소리다. 예술은 죽어라하고 연습하는 기능의 연마가 아니라, 달관의 경지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예술을 자주 이야기하게 되는 이 가을에.
送:보낼 송 鴻:기러기 홍 揮:손 저을 휘 弦:줄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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